지글지글 불판위의 행복, ‘간바지’ 대령이요 ~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 왔다.

울긋불긋 단풍이 들고 하늘은 높아만 지는데, 지글지글 불판에서 노릇하게 익어가는 고기가 생각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불판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산청흑돼지의 모습.

잘 익은 고기 한 쌈에 주거니 받거니 술잔을 기울이고, 속이야기 털어내면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힐링이 아니겠는가.

시뻘건 참숯과 단촐한 상차림에 담긴 사장님의 철학에 고기 맛 역시 옹골찬 이곳은, 창원 상남동 횟집거리 사이에서 오랜 시간 입소문 자자한 맛 집이다.

상남동 번화가에서 벗어난 위치에 있어 곧 망할 지도 모른다고 만류하는 주변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개업한 지 4년이 지난 지금, 이곳은 먹어본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입소문 타고 번진 아주 귀한 맛 집으로 통한다.

정직한 재료와 맛으로 승부하며, 고향 함양의 맛좋은 흑돼지를 취급하는 이곳은 김대운(46세) 사장의 자부심으로 운영되며, 연일 손님으로 북적거린다.

작은 가게에 꽉꽉 들어찬 손님과 정겨움이 묻어나는 분위기는 사람들의 마음을 녹이고, 이름도 특이한 ‘간바지’ 생고기의 맛에 두 번 놀라게 된다.

선홍색 '간바지' 고기의 모습.

‘간바지’란 돼지의 횡경 막과 간 사이에 있는 부위로 간을 바치고 있다해 붙여진 이름이다. 주로 경상도 지방에서 많이 쓰이지만 원래의 명칭은 ‘갈매기 살’이다.

기름기가 없고 부드러우면서 쫄깃한 맛 때문에 귀한 육질로 나눠지며, 돼지 특수부위 중에서 으뜸으로 친다.

돼지 한 마리당 2쪽 약 200g 정도 나오며, 적당한 마블링과 육질로 매니아 층을 형성하고 있다.

간바지의 선홍색 육질이 참숯 위에서 익어가고, 고소한 고기냄새는 식욕을 자극한다.

명이나물과 파절임, 김치 등 아주 단촐한 상차림이지만 고기의 맛과 풍미를 한껏 끌어올려주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잘 익은 간바지 고기에 명이나물을 싸먹으면 독특한 향과 단맛, 그리고 참 숯에서 올라오는 불향이 은근하게 식욕을 자극한다.

재료만큼은 아끼지 않고, 내 가족이 먹는다는 일념 하에 좋은 고기와 식재료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보답하고 싶다는 김대운 사장의 애정이 고기 한 점에서도 느껴지는 것 같다.

‘음식가지고 장난치는 사람이 가장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는 그는 “언제든 편하게 찾아와 마음껏 맛있는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정이 있는 곳”이 가게의 철학이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고기 한 점에 담긴 정성과 애정이 남달라 보였다.

'옛날 간바지' 김대운 사장의 모습.

지금은 ‘간바지’ 생고기만 메뉴판에 있지만, 예전에는 양념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손님들의 니즈와 맛을 평가했을 때, 생고기의 반응이 더 좋아 메뉴를 대폭 축소하고, 한 가지 핵심 메뉴에 더 많은 시간과 정성을 투자했다.

손님들의 반응역시 더 뜨거워졌고, 이곳은 간바지 생고기 전문점으로 재탄생 했다.

갈치속젖에 찍어먹는 간바지 고기와 산청 흑돼지의 맛은 제주도 흑돼지 부럽지 않았다. 두툼한 지방질에서 흘러나온 기름기가 윤기를 더하고, 신선한 재료로 돼지 특유의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

오히려 더 고소한 맛에 식욕을 끌어올렸고, 불판위에서 참숯 향을 머금은 고기는 기울어지는 술잔의 풍미를 한 층 더 끌어올렸다.

또한 된장보다 청국장에 조금 더 가까운 된장찌개와 어머님이 손수 농사지어 보내주신 김장김치로 끓여낸 김치찌개는 식사의 마지막을 화룡점정으로 마무리 지었다.

김대운 사장은 ‘인연’이 만들어준 이 가게가 자신에게 행운을 가져다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이곳에 정착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기에 보살님의 소개가 지금 이 자리에 자신을 있게 해 준 고마운 인연”이라고 말하며, “가게를 찾는 사람들도 나와의 인연 속에서 이렇게 잔을 부딪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멋쩍게 웃어보였다.

“아직도 성공한 것은 아니며, 배우는 단계로 차근차근 더 많이 배워 가게를 찾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맛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는 김대운 사장의 철학에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졌다.

제대로 한 번 크게 놀아보고 싶은 꿈은 남자라면 모두 들 가지고 있을 것이다.

김 사장 역시 직영으로 확장해 더 크게 장사를 하고 싶은 원대한 꿈을 품고,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정겨움과 맛 두가지를 충족시키는 ‘옛날 간바지’에서 오늘 밤 소주한잔 기울이며 추억을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

정상목 기자 mogsang11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