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가 된 스님

2014년 여름, 한 스님이 방문했다. 체격은 장대했으나 형색은 초라했다.

“내 사주를 좀 봐 주시오.”

그는 불쑥 자신의 앞날을 물어 놓고는 대답을 듣기에 앞서 스스로 자신의 과거를 풀어놓았다.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데 없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이 없는, 외로운 사람이란 생각이 퍼뜩 들었다. 고희를 바라보는 연세의 그의 사주(무자년 계해월 병진일 기해시)를 펼쳐보니 정말로 그는 고립무원의 사람이었다. 그림을 보자.

오행의 구조

그는 화일생이니 주체가 화이다. 화는 1개뿐이다. 8자 중 화는 1이니 화의 세력 곧 나의 세력은 미약하다. 풍전등화와 다름없다. 아무리 둘러봐도 목생화로 화를 도와주는 목(인성: 후원자, 부모)은 하나도 없고, 화생화로 화를 도와주는 화(비겁: 형제, 친구)도 하나도 없다. 반면 토설화(土泄火)로 화의 기운을 빼는 토(식상)는 3개로 과다하고, 수극화로 화를 제압하는 수(관성)는 4개로 태과하다. 비유컨대 나를 도와주는 이는 하나도 없고 내 불알을 잡아당기는 토의 세력은 과다하고, 몽둥이로 내 머리를 내려치는 수의 세력은 태과하니 나는 의지할 곳 없고 기댈 곳 없는 천애고아의 신세이니 어찌 외롭지 않으랴.

그는 주체가 지극히 나약한 신약사주의 주인공이다. 마음은 여리고 의기는 소침하고 의지는 박악하니 한 세상 살아가기가 매우 힘든 사람이다. 스스로 세파를 이겨낼 의욕과 용기가 부족할뿐더러 내가 어렵고 힘들어도 남에게 부탁도 잘 못한 채 혼자 속으로 끙끙 앓는 성격의 소유자다. 그러나 그는 편관격(扁官格)으로 태어났으므로 의협심과 정의감을 지녔고 심지가 강건하고 성질이 과격하기도 하다. 하지만 주체가 나약하니 이런 기질을 잘 드러내지 않을 따름이다.

그는 결혼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에게 배우자에 해당하는 코드(재성)은 금인데 금(재성) 사주에 없으니 그러했다. 그는 변비와 비염을 앓고 있다고 했다. 금은 폐장과 대장에 해당하는데 사주에 금이 전무해 폐장과 대장이 허약한 형국이니 그러했다. 그는 바둑과 검도에 능하다고 했다. 편관격의 사람은 예체능에 소질을 보이니 그러했다. 그는 8년 동안의 군인으로 근무한 후 11년 동안 방황하다 40세에 머리를 깎고 산으로 들어갔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느 절에서 한 자리를 맡고 있지도 못한 채 걸승으로 떠돌고 있다고 했다. 지극히 신약한 사주의 주인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결론적으로 묻는 그의 질문은 이러했다.

“지금 돈이 필요한데 아는 스님을 찾아가 부탁하면 들어주겠습니까?”

그에게 2014년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인성운이 오는 해였다.

“귀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용기를 내어 부탁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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