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아오고습지 복원 현장을 보고 무릎을 쳤다. 따오기와 다양한 물새들을 위해 만든 새들의 정원이다.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이곳은 훌륭한 자연이다. 아이들을 자연으로 안내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선생이다. 아이들은 스스로 놀 줄 안다. 하물며 평생 떠돌이처럼 여행하며 자연을 찾아 그림과 사진이라는 예술 활동을 통해 삶의 철학을 구현해온 예술가들이 우포와 지리산이라는 곳에 정착하면서 운명적으로 만나는 일은 빛나는 선조들이 있어서 일 것이다. 창녕이 본향인 남명조식선생과 산청 성철스님이 그리고 고려말 개혁정치가 신돈과 산청 예담촌에서 태어난 면우 곽종석은 우리들의 스승이다. 특히 창녕 화왕산성에서 낙동강을 거슬러 오르면서 토평천 너른 품에 자리 잡은 우포늪 둔터(따오기복원센터)에 병기를 마련해 두고, 한터(대대)마을에서 병사들에게 식량을 재공하면서 의병들과 함께 했던 홍의장군 곽재우도 임진왜란 때, 남명 조식 선생 문하로 그 뜻을 토평천과 우포늪을 오르내리며 백성을 지켜냈다. 이런 고장에 정착하여 그 정신을 공부하면서 오늘날 뛰어난 두 작가를 지켜보는 글쓴이로서는 마냥 행복한 미래그림을 무한 창작물로 설계할 수 있다는 기쁨으로 “지금이 꽃자리”인 이 시간을 사랑한다.

우포늪사진가 정봉채와 지리산 그림쟁이 이호신이 만나다.

우포늪사진가 정봉채와 지리산 진수산경을 그리는 이호신 화백 만남은 남명 조식 정신이 오늘날 예술분야에서도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부산과 서울에서 사진과 그림분야에서 30년 이상 활동한 작가들이다. 재미난 것은 정봉채사진가도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한 사람이 아닌데도 사진이 좋아 고등학교 교사도 그만 두고 전업 작가로 들어서서 사진 전공대학원도 가고, 예술사진 작업에 몰두하면서 대학에서 사진 강의도 오랫동안 해왔다. 최근 10년 동안은 우포늪 주변 마을에 거주하면서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한편 지리산 진경산수를 그리는 이호신화백도 그림 전공자가 아니다. 우리나라 산천과 마을을 30년 동안 여행하면서 현장에서 먹고 자면서 그린 생활 산수화들이 수천점이 넘는다. 현재 이화여대박물관에 기증한 300점의 작품은 수개월 동안 특별전시회로 열리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거나, 서울 가는 걸음에 다녀가면 좋겠다. 특히 전국의 마을을 그린 작품들은 후대에 큰 울림으로 남아 그 시대 사람들에게는 그리움으로 남을 터이다.

지리산 물이 흘러 낙동강으로 이어지고

이렇게 두 사람과의 인연을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은 글쓴이 입장에서 정봉채사진가는 우포라는 늪 생태풍광을 17년 동안 생태예술 사진으로 승화시켜 차곡차곡 담아두어 또 하나의 단순한 현장 기록이 아닌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과 울림을 주는 예술사진 작가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국내외적으로 주목 받는 사진가로 알려졌다. 또 언젠가는 두 작가의 작품들이 남명 조식 선생의 사상과 삶의 흔적이 묻어있는 지리산 예담남사마을과 남명 조식 선생의 본향인 창녕 조씨 집성촌인 우포늪 입구인 유어면 세진마을과 노동마을에서 10년을 기거하면서 작업한 흔적들이 큰 빛을 발하할 날이 올 것이다. 이런 즈음에 두 사람 만남을 주선한 글쓴이로서는 우연이라기보다는 필연이라는 생각이다. 25년 전 돌아가신 불교환경연대 위원장인 박재일 선생과 함께 이호신화백이 두레생태기행이라는 이름으로 잘 보전된 자연을 찾아 여행하는 중에 당시 글쓴이가 한창 우포늪 보전운동을 하는 주매제방아래 솔밭에서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그곳에서 만나자 말자 이호신화백은 스케치 북을 끄집어내어, 우포늪 수생식물들을 그리던 모습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정봉채사진가도 마찬가지다 2008년 람사르총회를 준비하던 중에 우포늪에서 사진 작업을 하던 그를 만나, 경남도립미술관에 람사르총회 기념 사진전과 람사르총회장인 창원세코 더 넓은 출입구에 160개국 대표와 국내외 인사들이 드나드는 곳에 한국의 아름다운 우포늪을 사진으로 보여 주도록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낙동강 보물 우포늪에서 빛과 소금이 만나다

오래 전 두 사람과 인연으로 지리산 예담촌에서 25년 만에 이호신 화백을 다시 만나게 되고,

그때 동행한 조현순 관장께서 즉석 제안하여 며칠 후 우포늪을 방문하기로 서로 약속을 한 인연으로 아름다운 노을을 보러 가는 길에서 이호신화백과 정봉채사진가는 운명적 만남을 하게 된다. 이호신화백은 누옥인 우포자연도서관에서 자고 다음날, 새벽 목포제방 산책길에서 정봉채사진가와 다시 반가운 만남을 하고, 정작가 초대로 댁에서 커피한잔을 나누다가 이호신 화백이 사진작업실에서 한 권의 책을 발견하게 된다. ‘가람진경 지리산진경’ 오래 전 기억에도 가물가물한 그림화첩을 정봉채사진가가 소장하고 있다는 것에 이호신화백은 감동을 받아 마음을 활짝 열었다. 이화백은 현지 주민과 소통하며 자연과 생활환경에 대한 통찰을 담아낸다. 정봉채사진가도 그렇다. 따오기품은 마을에서, 물안개 속에 솟아오르는 아침 햇살 속에 마을 어부들을 소재로 담아내는 순수 예술사진은 자연과 사람이 공생하는 한편의 생활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화백의 지리산 그림도 겸재 정선처럼 “사람과 산수, 문화유산, 곤충과 풀이나 꽃, 나무들을 아우르는 ‘생활산수화’라는 평이다. 두 분 다 평소 과묵하고 속 깊은 작가들이다. 정봉채사진가도 최근 출간한 ‘지독한 끌림’ 사진집을 사인하여 선물하는 순간, 두 사람은 남명 매 꽃 향에 취하는 벗이 되었다. 닭띠들!!

남명조식은 창녕이 낳은 낙동강 실핏줄이다

대만 아시아 새 축제 행사에 참석하여 숙소에서 새벽잠을 깨어 눈앞에 그려진 홍매 한 점에 눈이 간다. 조선의 선비들도 매화처럼 살기를 간구했다. 특히 남명 조식선생의 정당 매에 얽힌 일화는 그것이 당신 삶의 철학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남명의 제자이자 벗이었던 젊은 사명대사와 이별하면서 남겼던 글은 지금도 단속사 터에 고스란히 명문으로 남아 있다, 오늘을 사는 나에게도 사표로 남아 남명을 그리워하고, 또 그리워하며 살아가고 있다. 혹 시간되시면 남명과 유정(사명대사)간의 별리를 하는 순간을 인터넷이나 책에서 찾아보기를 권한다. 사명대사(유정)은 남명의 제자이자 벗이었다. 공자가 안회를 지독히 사랑하였듯이, 남명도 유정이 승과를 보기위해 서울로 떠날 때, 단속사에서 남긴 이별의 시는 한국 최고의 문학작품이라고 평하는 사람도 있다. 두 사람이 가는 길이 달랐기에 사제지간이지만, 아름답고도 슬픈 이별을 그린 시였다. 스승이 먼저 세상을 떠났지만, 사명대사도 곽재우도 임진란 때 한줄기 조선의 빛으로 백성들을 구한 인물들이었다. 이런 인물들의 흔적이 창녕 우포에도, 지리산 자락 산청에도 낙동강을 따라 이어져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남명이 지리산 천왕봉이 보이는 산천재에서 쏟은 한 방울의 눈물이 경호강으로 흘러들어 남강이 되고, 남강이 흘러 정암루를 거쳐 낙동강과 합류한다. 그곳이 우포늪 토평천에서 내린 물과 또 만나서 낙동강 합강정에서 홍수 시에는 용트림을 크게 한다. 산과 물이 사람을 만나 역사를 만들어 간다. 1592년 임진왜란 때에는 남명의 제자들이 의병장으로 우뚝 서서 진주, 합천, 의령, 함안, 창녕 등 여러 고을을 지켜낸다. 그렇게 나라를 구한 강과 사람이 그리고 백성들의 함성이 곳곳에서 들려오는 듯하다. 그때 강을 사이에 두고 큰 줄을 마을마다 엮어서 강변 모래톱에서 대동단결을 외치면서 영차 영차 어영차 했다고 기록은 전한다. 우리세대에 이런 전통을 시군 단위를 뛰어넘어 되살리는 것이 우포따오기 복원처럼 의미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우포늪에는 겨울철새들이 밤낮으로 재잘거리고 있다

누가 시군의 역사를, 자연자산을 디딤돌로 연대하고, 큰 축제를 만들어 돈이 중심이 되어 제멋대로 아래위로 흔들리는 이 세태를 바로잡기를 소원하면서, 새인물을 그리워한다. 날아오르는 물오리들을 보면서 햇살 따뜻한 우포늪 물억새 숲에서 꿈꾸어본다. 장자여 부디, 꿈에서 깨어 나비처럼 훨훨 날아 보거라. 지금 하늘에는 큰기러기들이 떼 지어 날면서 기우~~기우소리를 내며 날고 있고, 큰고니들 트럼펫 소리도 뭇 생명들을 부르고 있다. 낙동강이 선물한 우포늪에는 지금 520마리의 큰고니들과 3000여 마리의 큰기러기들이 밤낮으로 먹이활동을 하면서 가족 간에 생존 신호를 보내며 살아가고 있다. 이들이 황혼녁과 이른 아침 화왕산에서 붉은 해가 솟아오를 때에는 용과 조선범 기운이 함께 치솟는다. 젊은 날에는 예수같이 살고, 나이 들면 부처처럼 살아가라던 귀한 벗의 한마디가 귓전에 쨍쨍 울린다. 이 창녕 땅에도 신돈과 남명같은 훌륭한 지도자가 몇년 안에 나올 것으로 기대하면서, 하늘을 향해 두 팔 벌려 큰 숨을 들이쉰다. 아!! 이곳이 지상 낙원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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