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남자 A씨는 3녀 1남을 두었다. 위로 딸이 셋이고 맨 끝이 아들이다. 딸이 많다보니 딸들 시집보내는 일이 그야말로 중대사였다. 중대사란 혼수문제가 아니라 인연의 끈을 엮어서 시집보내는 일 그 자체였다. 순탄치는 않았지만 첫째 딸과 둘째 딸은 혼기에 그다지 늦지 않게 시집을 보냈으나 셋째 딸이 문제였다.

셋째 딸은 서른이 되도록 사귀는 남자라곤 없고, 부모가 여기저기 중매를 넣어 봐도 인연이 닿는 곳이 없었다. 이즈음 A씨의 부인이 암에 걸려 수술을 받았으나 회복불능의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자 A씨는 아내 생전에 셋째 딸을 시집보내야겠다는 압박감에 그 짝을 찾는 일에 전심전력을 다하였다. 그렇게 몇 년을 애쓴 덕분일까, 셋째 딸이 서른다섯일 때에 중매를 통해 사윗감을 찾았다.

A씨는 예비 사돈댁에 아내의 사정을 알리고 동의를 얻어서 서둘러 셋째 딸의 결혼식을 거행하였다. A씨는 용케도 아내 생전에 셋째 딸을 시집보내게 된 것이 무척 기뻤고, 아내도 안심했다. 그러고 얼마 후 아내는 편안히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A씨는 결코 편안할 수 없었다. 셋째 딸의 시부모님이 노발대발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사실 셋째 딸은 지병을 갖고 있었는데 이 사실을 숨긴 채 혼인시킨 게 드러나고 말았다. 그 병이 평생 달고 살아야 할 병일 뿐, 죽을병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걸 감춘 게 화근이 되었다. 사돈이 길길이 뛰고 사위도 셋째 딸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는지라 A씨는 눈물을 머금고 셋째 딸을 집으로 데리고 올 수밖에 없었다.

자. 그녀와 그 남편의 결혼 생활이 파국을 맞은 근본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그 답은 사주에 있다. 그녀(경신년 신사월 정해일 경술시)는 화火일생으로서 신약身弱사주의 주인공이다. 곧 주체가 매우 약한 사람이다. 그림⑴을 보면 화의 세력은 1이다. 불면 날아갈 정도로 신약하니 의지가 박약하고 소심하고 소극적이고 우유부단하고 용맹심이 없다.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기가 어렵다.

그림⑴:오행 구조

①과 ②가 다를 땐 ②중심으로 봄

배우자복을 보자. 그녀에게 배우자에 해당하는 오행은 수로서 1개에 불과한데, 이 수를 금생수金生水의 이치로 돕는 금은 5개로서 태과하다. 이를 금다수탁金多水濁이라 한다. 순수해야 할 물이 광물질의 과잉으로 탁해져 용도를 잃은 상황이다. 곧 남편은 무능해지거나 질병을 앓거나 죽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녀의 배우자궁은 상충 상태다. 남편과 지지고 볶고 갈등불화하다 이별의 아픔을 겪을 조짐이다. 타고난 배우자복이 흉하니 행복한 결혼생활은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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