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유정란과 이징옥장군

창녕군 장마면 장가리 동장가마을 뒷산을 사람들은 장골 또는 장군골로 부른다.

장군골이라 불리는 연유는 이러하다.

지금으로부터 565년 전 조선 6대왕 단종1년, 1453년 10월 수양대군이 세종대왕의 고명대신 김종서, 황보인등을 제거 어린 조카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를 찬탈한 계유정란이 일어난다.

수양대군은 함길도 도절제사 이징옥장군을 위험인물로 보고 제거하려 한다. 눈치 첸 이징옥장군은 군사를 일으켜 단종복위 운동을 하다 만주 여진족에 의해 금나라(1115년~1234년)를 잇는 대금황제로 추대된다. 그러나 두만강을 건너기 직전 종성(鐘城) 판관(判官) 정종(鄭種)과 호군 이행검(李行儉)등에게 살해된다. 안타깝게도 만주대륙을 경영하는 대금황제의 꿈은 꺾이고 만다.

그 이징옥장군의 할아버지 이만영, 아버지 이전생의 무덤이 있어 장군골이라 불렸다.

무덤 북쪽 계성면 계성리 못골은 이징옥장군이 죽임을 당하고 가문(家門)의 재산은 몰수하고 집이 헐리고 그 터에 못을 판 파가저택(破家瀦宅)된 곳이다.

형인 이징석의 묘는 양산시 하북면 삼수리, 동생 이징규의 묘는 장마면 유리 “유지지석묘”가 있는 산자락에 있다.

두만강 부근 종성(현 함경북도 온성군)에서 살해된 이징옥은 무덤조차 없으며 장남 자원(滋源)과 차남 윤원(潤源)은 같이 처형되었고, 딸은 노비가 되는 등 가족이 몰살당했으나 셋째 아들 연원(淵源)은 유모에 의해 구사일생으로 경상북도 경주까지 피신 은둔하여 살아갔다.

양산이씨 이전생은 세 아들을 조선 최고의 장수로 길러냈지만 계유정란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이징옥장군은 피살되었고, 이징석과 이징규는 많은 탄압에 시달려야 했다.

역사의 진실은 진실을 말한 자의 턱뼈가 바람에 풍화되어서야 세상에 알려진다는 말이 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그 시대 상황을 이해하고 잘 살펴보면 행간에 숨은 뜻이 읽힌다. 그래서 역사는 해석학이라 부른다.

계유정란이 김종서, 황보인등 세종대왕의 고명대신(顧命大臣)들에 의해 진압되어 단종의 보위가 지켜졌다면 역사를 다르게 쓰여졌을 것이다.

또 무사히 두만강을 건너 대금의 황제가 되었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떻게 되었을까...물론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말이다.

○ 수난의 역사

이징옥이 살해된 후 형 이징석, 동생 이징규도 연좌죄로 죽여야 한다고 조정대신들이 14차례나 상소했음에도 세조는 허락지 않고 오히려 중용(重用)하였다.

막내 이징규장군은 청백리로 유명했고 두 형을 대신하여 고향에 자주 드나들며 지극한 효성으로 부모를 섬겼다.

1468년 세조가 죽은 같은 해에 죽어 장마면 유리 별암 “창녕유리지석묘”가 있는 산자락에 묻혔다. 그 후 무덤이 훼손되고 묘앞 장군석은 머리가 잘려나가는 수모를 겪었다. 아마 보복이 두려웠던 조정대신들의 짓이였던 것으로 추측된다. 달빛에 물든 수백년의 세월이 듯없이 흘렀다. 묘는 관리하지 않아 봉분이 낮아지고 규모가 작아져 초라해져 갔다.

1979년 박정희대통령 때 장군 묘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국비로 복원했다고 전한다. 묘가 복원되고 후손들이 매년 찾아와 벌초도 하고 묘사를 지내고 있다. 안타깝게도 복원한 무덤은 원형이 아닌 요즘 무덤형식으로 화강암으로 3단으로 쌓아 올렸다. 목이 달아난 문인석은 묘의 우측아래에 아무렇게나 누워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비석이 없어 누구의 묘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세월이 흘러 2007년 4월에 양산이씨 종친회에서 묘갈문 비석이 새로 세워지고 중국식 문인석이 세워져 규모를 갖추었다.

장군골이 배산인 장마면 장가리에는 예전부터 판검사가 배출되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고 현 박원순서울시장이 이곳 출신이다.

○ 장군골과 이만영(李萬英) 이전생(李全生) 묘

장군골 이만영의 묘

동장가마을 뒤산 장군골 산등성이에 규모가 큰 2기의 묘가 있다.

왼편 자락에 있는 묘는 이조판서(吏曹判書) 인천군 이만영의 묘다. 고분처럼 규모가 크며 고려시대 양식의 4각형 자연석 둘레돌을 돌렸다. 좌우에 소박한 문인석이 비바람에 서 있다.

오른편 예조판서(禮曹判書) 이전생묘는 묘역이 제법 넓고 사방을 화강암으로 둘렀으며 좌우에 석상이 있는데 좌측의 문인상은 목이 부러져 시멘트로 붙여진 흔적이 보이며 우측은 무인상으로 보인다.

묘 정면 아래와 좌우에 10여기 민묘들이 흩어져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전생의 묘터가 명당(明堂)이라는 소문에 발복(發福)을 위해 앞 다투어 민묘를 썼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그 민묘의 자손들이 많은 득을 보았다고 전해온다.

전설처럼 내려오는 영웅담의 주인공 삼장수(三將帥)는 양산부원군 이전생의 세아들 이야기다.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전설처럼 흐르고 있다.

양산 하북면 삼수리에서 태어난 이징석, 이징옥, 이징규 형제를 삼장수(三將帥)라 한다. 삼장수와 관련된 수많은 전설이 전해 내려올 만큼 충절과 용맹의 표상으로 남아있는 영웅들이다.

○ 양산부원군 이전생

장군골 이전생의 묘

고려후기 공민왕 20년(1371)에 풍수학자이기도 했던 이전생은 문과에 급제하여 순무어사(巡撫御使)로 왕명을 받들어 전국을 암행 순시 중 우왕 6년(1380) 양산의 삼수리(三帥里, 당시에는 초산리)에 들러 지세를 둘러보고 명당이라 여겨 정착하게 되어 이곳에서 삼장수 형제를 낳았다.

이전생은 조선 태조 때 공조판서, 태종 때는 예조판서, 중추원영사를 역임하였다. 태종 7년(1407) 관직을 그만두자 그 공을 치하하여 양산부원군으로 책봉하여 양산이씨(梁山李氏)의 본이 되었다. 태종 16년(1416)에 군명(郡名)도 양산(梁山)으로 바꾸게 된다. 즉 양산 지명 유래가 된 인물이 이전생이다.

양산시 하북면 삼수리(三帥里)는 국도 35호를 따라 통도사에 이르기 전 왼쪽 양산천 너머 야트막한 산 밑의 마을로 햇살 가득한 곳에 있다.

오늘날에도 삼수리는 여러 마을 중 가장 살기 좋은 곳 중의 하나로 명성이 자자하다. 마을 입구에 삼장수유적비(三將帥遺蹟碑)가 있고 삼장수를 모신 사당이었던 삼수정사(三帥精舍) 터가 남아있다. 삼장수 생가는 후손들이 대를 이어오면서 600년이 넘는 세월을 지키고 있다.

이전생은 1450년 99세를 일기로 생을 마쳤는데, 당시 도승지 조유인은 만사문(輓詞文 - 죽은 이를 슬퍼하여 지은 글)에서 "두 아들(징석, 징옥)이 전 국경을 도맡아 지키니 한 나라의 울타리가 한 집 문안에 있도다. [兩男分禦東南界 一國干城在一門]." 하였고, 세종실록에는 세종대왕이 삼장수를 낳아 기른 이전생에게 어주를 하사하며 삼형제에게 주연을 베풀면서 "경들이 남북으로 나라의 기둥이 되었으니 국태민안이라 또한 임금이 나랏일을 잘 다스릴 수 있었다." 하고 사군 육진 개척의 공을 치하하였다.

○ 장남 숭록대부(崇祿大夫) 양산군(梁山君) 이징석(李澄石 1395~1461)

양산시 하북면 삼장수생가지

장남 징석은 17세 때 무과에 장원 급제한 후 일찍부터 내금위장(內禁衛將)이 되어 궁중을 호위하면서 왕실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태종 16년(1416)에 보위장군 대호군자(大護軍者)가 되었고 경상도 병마절도사, 경상좌도 호치사, 경상우도 안무처치사 등을 역임하면서 승승장구하였다. 세종 14년(1432)에는 종이품인 가정대부동지중추원사(嘉靖大夫同知中樞院事)의 품계에까지 오른 무관이다.“

세종 15년(1433) 서북 변방의 사군 설치에 결정적 계기를 마련한 “파저강전투”에서 도원수(都元帥) 최윤덕(崔潤德)장군의 부장(副將)이 되어 용맹을 떨쳤고, 이때 세종이 내린 교지가 보물로 지정되어 생가에 보존되고 있다.

부모님을 섬기기 위해 사퇴했다 문종 때 중추원부사에 이르렀다. 계유정란(癸酉靖亂)으로 동생 이징옥이 죽임을 당하자 조정대신들이 형인 이징석도 죽어 마땅하다며 14차례나 상소했음에도 세조는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세조는 이징석의 뛰어난 인물임을 알아보았던 것이다.

장군은 세조 4년(1459) 관직에서 물러났는데, 세조는 그 공덕을 치하하면서 종일품인 숭록대부(崇祿大夫) 양산군(梁山君)으로 책봉했다.

아버지 이전생과 함께 부자(父子)가 모두 양산군에 책봉되면서 양산의 뿌리가 된 인물이다. 1461년 66세로 생을 마쳤는데 묘소는 양산시 명곡동 산83-2에 있다. 세조는 직접 제문을 지어 보내고 장강(莊剛)이라는 시호(諡號)를 내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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