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상(佛像)은 조각하는 게 아니라 불심이 깊은 석공에 의해서 억겁의 세월동안 바위 속에 계시는 부처님을 모셔오는 것이라 했던가...

영남답사의 백미(白眉), 반야용선 뱃머리에 앉은 부처...

명품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

낙동정맥의 산맥들은 물결처럼 출렁이는 사바세계의 바다다.

그 바다를 반야용선이 파도를 헤치며 항해하고 있다.

천년고찰 관룡사(觀龍寺), 승천하는 용을 보다.

신라 원효대사가 제자 송파스님과 함께 창녕 땅 옥천계곡에 좋은 절터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터를 찾고 있었다. 갑자기 짙은 안개가 서려 한치 앞을 분간하기 어려웠다.

원효대사는 필시 알지 못하는 그 무엇이 조화를 부린다고 생각하고 부처님께 100일 기도를 하기에 이른다. 기도 마지막 날 서서히 안개가 걷히고 화왕산 정상에 오색구름이 걸리고 삼지(三池)에서 아홉 마리의 용이 승천하는 것을 보고 터를 정해 지은 절이 용을 보았다는 관룡사다.

옛 전설에는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다. 9마리의 용은 무었을 뜻하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인다. 부처님의 힘으로 용을 쫒아냈다는 말인데, 용으로 상징되는 토착신앙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는 의미가 아닐까.

“화왕산은 비록 높은 산은 아니지만 예부터 음기(淫氣)가 강하고 영험(靈驗)이 있어 무당들이 많이 찾는 샤머니즘(Shamanism)의 성지(聖地)로 알려져 있다.”는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리라.

절 뒤편의 산이 관룡산이고 병풍바위 가운데 솔숲이 있는 산은 구룡산이다.

엄숙함과 탁 트인 최고의 눈맛

영남답사의 백미 용선대불상, 타이타닉 불상

관룡사 요사 채를 끼고 돌아 500미터 가파른 산길을 가픈 숨을 몰아쉬며 힘겹게 오르면 관룡산 자락 화강암이 불끈 솟은 용선대 바위와 석조여래좌상(보물 295호)이 장엄하다. 공덕을 쌓아 반야용선에 오르기가 그만큼 힘든 다는 뜻이 아닐까.

힘든 만큼 보상도 따른다. 겹겹이 펼쳐져 끝없는 산들의 숲과 사방이 탁 트인 자유롭고 시원한 눈 맛이 명품중의 명품이교, 풍경의 백미(白眉)다.

텅 빈 하늘을 지붕으로 삼고 화왕산, 관룡산, 구룡산, 영축산을 벽체로 삼은 광대무변한 불상, 극락으로 항해하는 반야용선의 선장을 상징하는 부처, 용선대 석조석가여래좌상이다.

단단한 붉은색 화강암, 고작해야 네댓 평 되는 너럭바위에 묵상하며 앉아계신다.

풍만하고 안정감 있는 몸통에 단정한 인상의 얼굴을 가진 용선대 여래좌상은 9세기 통일신라시대 불상의 특징이다. 대좌(臺座)를 포함 전체 높이 298㎝에 매우 당당한 모습이다.

용선대 불상의 존재는 관룡사 계곡을 ‘극락세계로 가는 거대한 배’라는 뜻이다.

반야용선은 중생을 태워 고통이 없는 피안의 세계로 인도하는 역할이다.

반야용선은 지혜를 터득하면 반야, 곧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중생 스스로 깨우쳐 피안의 세계에 이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래서 살아생전 공덕을 쌓고 부처에 의지하면 반야용선에 올라 서방정토에 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놓았다.

극락으로 가는 배, 살아생전 수많은 공덕을 쌓은 사람만이 탈수 있다.

그 공덕은 대체적으로 서산대사의 회심곡 중에 나와 있다.

“선심공덕 하마더니 무슨 공덕 하였느냐

배고픈 이 밥을 주어 기사구제 하였느냐

헐벗은 이 옷을 주어 구난선심 하였느냐

좋은 터에 원을 지어 행인구제 하였느냐

깊은 물에 다리 놓아 월천공덕 하였느냐

목마른 이 물을 주어 급수공덕 하였느냐

병든 사람 약을 주어 활인공덕 하였느냐

높은 뫼에 불당 지어 중생공덕 하였느냐

좋은 터에 원두 놓아 만인해갈 하였느냐

부처님께 공양드려 염불공덕 하였느냐

마음 닦고 선심하여 어진 사람 되었느냐“

사람이 죽어 저승에서 죄를 물을 때 나오는 공덕을 나열한 것이다. 위의 공덕 중 하나라도 지어야 반야용선에 오를 자격이 있다.

용선 뱃머리에 인로왕보살(引路王菩薩)이 죽은 사람 영혼을 극락세계(서방정토)로 가는 길을 인도하고, 뒤에는 사후세계를 관장하며 중생을 지옥의 고통에서 구해주는 지장보살(地藏菩薩)이 고리 여섯 개 육환장(六環杖)을 들고 서서 중생들을 태우고 가는 모습이다.

가운데는 비구와 아낙, 선비, 노인 등 신분이 모두 다른 사람들이 한결같은 표정으로 극락왕생한다는 기대에 젖어 있다.

반야용선의 또 다른 상징이 사찰의 대웅전

우리나라 절집은 부처님의 설법시 상황을 재연하는데 그치지 않고, 모두가 깨달음을 얻어 도달해야 할 피안의 세계를 향하는 배와 같은 모습들을 하고 있다. 즉 반야용선의 모습이다.

절의 중심건물 대웅전은 반야용선을 상징한다. 앞마당에 용, 거북이, 게, 해초 등을 조각하여 바다에 떠있는 용선이란 뜻이다, 즉 대웅전에 들어가는 순간 반야용선에 올랐다는 의미다.

법당 정면 양쪽에 용머리(龍頭)를 장식하여 반야용선(般若龍船)의 뱃머리(船首)임을 나타내는 것을 볼 수 있다. 법당의 안에는 항상 삼매에 들어 말없는 가르침을 펼치고 계신 부처님과 보살님들을 봉안하고 여러 장식은 용선의 목적지 서방정토의 모습을 하고 있다.

예전 장례풍습에 사람이 죽어 저승 갈 때 타고 가는 상여가 반야용선이다. 그러고 보면 요즘 사람들은 반야용선에 탈 기회조차 없다.

이런 반야용선의 의미는 우리나라의 무속(巫俗)에 영향을 미쳤다. 용선은 전국적으로 죽은 사람을 극락으로 보내는 ‘교통수단’ 역할을 하고 있다.(강릉단오굿, 남해별신굿)

그렇다면, 세상을 사는 우리가 서방정토(극락)의 세계로 갈려면, 지장보살의 손을 잡고 반야용선에 오를 방법은 무엇일까?

공동체를 위해서 희생 봉사하는 사람, NGO(비정부기구)에 회원으로 활동하거나 기부금을 내는 사람, 사회에 자원봉사자, 유엔난민기구에 기부하는 사람들 정도 될 것이다.

다른 사람 도움이나 구원으로 반야용선을 탈 수 없다.

자신을 낮추고 남을 먼저 생각하며 사랑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반야용선에 오르지 않을까 싶다.

우리 모두 용선을 탈 수 있는 티켓을 얻으려면 공덕 쌓기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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