寺寺星張(사사성장)이요, 塔塔雁行(탑탑안행)이라.

절은 하늘의 별처럼 널려있고, 탑은 기러기가 줄지어 날아가 듯 하구나 일연스님은 경주를 둘러보며 <삼국유사> 권2, '흥법' 제3편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우리나라 폐사지는 한국사지총람(2010, 문화재청)에 보면 전국(남한) 5,393개, 경남 449개로 조사되었다 한다. 문화재로 지정된 폐자지는 103곳, 경남 11곳이다.

대표적인 곳이 합천영암사지(사적), 하동 이면산석불사지, 창원 봉림사지, 산청 산청왕산사지, 의령보지자리를 포함한 10곳이 경남도지정문화재이다. 절이 있다 사라진 곳을 폐사지라 한다.

○ 편조대사와 폐사지 옥천사지

창녕읍 옥천리 화왕산 군립공원 매표소를 지나 관룡사방향으로 약 400미터를 오르면 주차장이 나오고 길 건너편에 가시덤불과 울창한 소나무숲속에 오래된 절터가 있는데 옥천사지(玉泉寺址)다.

옥천사지는 군민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700백여 년 전 편조대사(遍照大師) 신돈(辛旽)스님과 운명을 함께한 비운의 사찰이었다. 옥천사는 신돈의 처형과 옥천사도 강제로 헐렸다.

알다시피 편조대사 신돈은 김원명의 천거로 고려 공민왕이 스승으로 삼아 친원 부원세력과 홍건적의 난으로 등장한 군부세력등 권문세사들의 힘을 약화시켜 왕권을 강화하고자 개혁의 전면에 내세웠던 인물이다. 신돈은 田民辨整都監(전민변정도감)을 설치하여 사대부들이 권력을 이용하여 부당하게 빼앗은 토지와 백성들의 신분을 되돌려 주는 강력한 개혁정책을 펼쳤다.

고려사절요에 보면 편조대사를 “천하의 못된 요승” 민초들은 “성인이 나타났다”라고 기록하고 있어 극명하게 평가가 엇갈린다.

비록 옥천사는 편조대사 신돈과 운명을 함께한 비운의 사찰이지만 오늘날을 사는 우리들에게 많은 이야기와 교훈을 전해주고 있는 유적지이다.

무릇 문화재(文化財)는 규모는 작아도 큰 이야기가 깃들어 있어 지나는 길손의 발걸음을 사로잡을 수 있어야 한다.

잡초 우거진 수풀 더미에 석탑 부재들이 망치와 정으로 깨어져 나가고 권력의 정점에 서서 꺼져가는 고려를 다시 일으켜 세우려는 공민왕과 손잡고 부원세력과 군부세력, 그리고 권문세족들과 맞서 개혁을 이루려 했던 한 인물을 길러낸 곳이다.

권력의 무상함과 개혁정신 또한 왕과 함께 한 시대의 질서를 바로 잡고자 했던 숭고한 정신을 길러준 곳이기도 하다.

즉 일반적으로 사찰은 대웅전, 탑, 불상 등 구조는 비슷해서 불자들을 제외한 관광객들의 시선

을 끌지 못한다.

문화관광의 중요한 요소는 숨겨진 역사, 인물, 신화와 전설이 깃든 곳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며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옥천사지는 역사와 인물과 전설이 오롯이 간직한 곳이다.

눈으로 보고 느끼는 곳이 관룡사라면 인문학적 정신과 가슴으로 보는 곳이 옥천사지다. 깊은 여운과 잔잔한 울림은 있는 절터며 뒷날 다시 찾고 싶은 유적지다. 답사에서 느끼는 아름다움의 극치 폐허미를 옥천사지에서 느껴 보시라.

○ 산성골 영웅이 나타난다는 큰 바위 얼굴

화왕산 정상 삼지구천(三池九泉)에서 화왕산성 남문(南門)으로 흘러내리는 골짜기가 산성(山城)골이다.

옥천사지에서 화왕산 허준세트장 가는 산성골 임도(林道)를 따라 1km쯤 오르다 보면 왼쪽 계곡에 사람 얼굴 모양을 한 큰 바위가 있다.

큰 바위 얼굴이다.

이 큰 바위 얼굴은 옥천사지 편조대사 신돈과 관련된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언제부터 존재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는 큰 바위 얼굴이 지난 2013년 4월 초파일 무렵 영험한 화왕산 산성골 계곡에서 나타났다.

큰 바위 얼굴은 몸체는 없고 얼굴만 산성골 계곡물이 흐르는 아래쪽으로 향해 눈을 지그시 감고 웃음 짓고 있는 형상이다.

때는 고려 말 공민왕(650여 년 전)때 계성현 출신 편조대사 신돈스님이 옛 계성현 화왕산자락의 옥천사 절의 노비의 아들로 태어나 옥천사에서 출가하여 깊은 공부와 세상을 경험하고

김원명의 추천으로 공민왕에 신임을 얻어 국정을 맡아 진평후라는 봉작을 받아 공민왕을 대신해 개혁정치를 실시하였다.

당시 권문세족들의 부패와 혼탁한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전민변정도감을 설치하여 권문세족

들이 빼앗은 토지를 되돌려주고, 억울하게 노비가 된 양민을 해방시킴으로 백성들에게 환호를 받았다.

그러나 권문세족들의 반발과 중상모략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개혁을 하다 보니 매우 힘이 들었다.

부정한 뇌물의 유혹도 뿌리치고 백성들을 위해 힘들게 싸우다 보니 모든 것을 내려놓고 포기하고 싶은 갈등을 수없이 겪었다.

어려움이 닥칠 때 마다 출가했던 옥천사 주변의 계곡을 떠올리며, 머리라도 식힐 겸 몇 차례 머리가 몸에서 이탈되는 도술을 부리곤 했다.

개혁이 마무리 될 무렵 권문세가들이 사람을 시켜 신돈스님을 죽이려 했으나 도술로 머리가 이미 이탈되어 산성 골에 가있었으니 그들은 몸을 불태워 버렸다.

스님의 머리가 돌아 갈 무렵 이미 몸은 사라진 상태라 돌아갈 수가 없었다. 그 이후로 산성골 계곡의 큰 바위 얼굴은 어디론가 홀연히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사람들은 큰 바위 얼굴이 다시 나타나면, 영웅이 나타나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고 나라를 안정시켜 잘 사는 나라를 만들 것이라 여기고 있었다.

이제 큰 바위 얼굴이 기적처럼 다시 나타났으니 좋은 세상이 올까 ?

지금 대한민국의 경제가 어렵고 정치가 시끄러워 다시 나타났지 않은가 여겨본다. 정의롭고 깨끗한 지도자가 나타나 세상을 바로잡고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기를 기도해 본다.(창녕군문화관광해설사 김량한 자료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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