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은 오래 보면 볼수록 사물의 표정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사물이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내가 사물이고 사물이 나라는 동일시가 느껴지는 지점이 있습니다. 나는 그것을 감히 내 사진의 미적 극점, 기다림의 결정적 순간이라고 단언합니다.

늪가에서 만난 한 그루의 나무가 어제는 빛을 머금고 너무나 행복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오늘 찾아간 나무는 표정이 어두워 보입니다. 내 마음이 무엇인가의 걱정으로 잔뜩 우울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계속 나무를 바라봅니다. 빛 그늘을 지우고 시시각각 변하는 나무의 표정을 바라봅니다. 세상 걱정으로 물든 내 마음이 나무의 표정을 보면서 조금씩 녹아가기 시작합니다. 나는 나무가 행복해 지는 순간을 묵묵히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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