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고인돌 조성한 부족 창녕 최초 국가 탄생시키다

영남의 젖줄 낙동강 150리, 우리나라 온천중 최고인 78℃ 함유황온천, 자연이 만든 원시정원 우포늪 그리고 사람들이 살다간 흔적들이 숱하게 늘려있어 또 하나의 경주로 불리는 자랑스러운 고장 창녕...

창녕 최초 국가는 언제 어디서 탄생했을까 ? 30대부터 문화재가 좋아 산과 들을 누비며 답사하고 많은 역사책을 들추며 시간을 보냈다.

오늘 지면을 통해 빈약한 기록과 남아있는 문화재를 참고하여 조심스럽게 스토리텔링을 해본다.

일반적으로 인류는 50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탄생하여 진화를 거듭하여 현생인류(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의 구석기 역사는 7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기도 연천리 연곡 구석기 유적은 대표적인 유적이다.

창녕군은 구석기 유적이 발견된 적은 없으나 함안군 칠원읍, 밀양 고례리, 진주 집현등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구석기인들이 살았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구석기인들은 동굴생활을 했으므로 이방면 동산굴, 성산면 방리 박장군굴, 남지읍 시남리 덤벅굴, 대곡리 황씨굴등을 발굴하면 의외의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창녕군 인류의 역사는 2004년 발견된 부곡면 신석기 비봉리패총이다.

비봉리패총은 2003년 태풍 매미에 의해 발견되었다. 습지 아래 패총유적이 있어 8,000년 전 배와 노, 각종 열매씨앗, 도토리, 갈돌과 갈판, 멧돼지 그림의 토기등 그 시대의 생활상을 알 수 있는 수많은 유적이 쏟아져 신석기의 역사를 다시 써야 할 정도로 대단한 주목을 받았다.

비봉리패총은 밀양시 청도면에서 발원하여 낙동강으로 유입되는 청도천변인데 부산 앞바다와 60km정도 거리의 내륙이다.

8천 년 전 바다는 내륙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는 뜻이다. 낙동강 건너 주남저수지의 합산패총과 같은 문화권이었다.

신석기시대가 저물고 청동기시대로 접어들면서 사람들은 내륙으로 들어와 언덕에 집을 짓고 물가에서 논농사를 시작하였다.

논농사의 시작으로 경제력이 생기면서, 권력이 발생하여 부족장이 통치하는 부족사회(씨족사회, 군장사회)로 발전한다. 이 시기에 무덤형식이 고인돌이다. 창녕군에 남아있는 크고 작은 고인돌은 수백여기에 이른다. 안타깝게도 많이 사라졌지만 지금도 창녕군 전역에 2천년의 세월을 지키고 있다.

대표적 고인돌은 장마유리고인돌, 창녕읍 이은대와 이원고인돌, 계성면 하문암등이다.

기원전후를 기점으로 철기(鐵器)가 유입되면서 큰 부족이 작은 부족을 통합하면서 고대국가 원삼국시대(마한54, 진한 12, 변한 12)가 개막된다.

그 시기 장마면 유리 별암마을 근처 구릉 정상부에 칠성바위로 불리는 10기 이상 고인돌을 조성한 부족이 있었다.

별암(鼈巖)마을은 자라 별(鼈)과 바위 암(巖)으로 옛 고유지명은 자래덤의 한자표기이다.

김해시 구산동에 있는 높이 200m의 봉(峰)에 가야의 건국설화가 있다.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6가야의 건국설화가 깃든 구지봉에는 거북이와 고인돌이 있다.

거북이와 고인돌...

별암마을 앞산 정상에 있는 유리고인돌의 자라와 고인돌이 쌍둥이처럼 닮아 있다. 옛 사람들은 거북이와 자라를 구분하지 않았다. 거북이는 곧 자라다.

거북이와 고인돌 그리고 자라와 고인돌은 같은 의미로 볼 수 있다.

≪삼국유사≫권2 가락국기조에 전하는 구지가에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놓아라. 만일 내어놓지 않으면 구워 먹으리라.” 6가야 탄생 설화이다.

 

장마면 유리고인돌에서 빛벌, 불사국이 시작되었다고 하면 억지일까 ?

고인돌은 일반적인 들판이나 산자락에 조성된다. 유리고인돌은 산등성이 정상에 조성되었다. 사방에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그리고 사방에 빛으로 가득하다.

그렇다. 화왕산과 영축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사방이 넓은 벌판이다. 식량생산에 필요한 넓은 땅과 산과 강은 방어에 유리하여 고대 국가가 탄생할 조건을 갖춘 곳이다.

빛벌 불사국...

빛벌 불사국의 시작은 여기서 부터일 것이다.

무게 100톤의 화강암을 구릉정상에 조성하려면 평지에 조성하는 것보다 몇 배의 노동력이 필요하다.

학자들에 의하면 1톤의 돌을 하루에 작업하려면 약20명의 직간접 인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청동기시대 발굴된 집터를 5인 가족을 비정하여 계산하면 20×5명×100=10,000명이다.

청동기시대 부족집단으로는 대단히 큰 규모이다.

2차 사료(史料)인 중국 진(晉)나라 학자 진수(陳壽/233~297)가 쓴 삼국지 위지 동이전 변진 조에 보면,

“이저국과 불사국, 변진미리미동국, 변진접도국, 근기국, 난미리미동국, 변진고자미동국, 변진고순시국, 염해국, 변진반로국, 변진악노국, 군미국(변군미국), 변진미오사마국, 여담국, 변진감로국, 호로국, 주선국, (마연국), 변진구사국, 변진주조마국, 변진안사국, 변진독로국, 사로국, 우유국이 있다. 변진과 진한 합하여 24국이다. 큰 나라는 4~5천가이고 작은 나라는 6~7백가이니, 총 4~5만호이다. 12국은 진왕에게 속한다. 진왕은 항상 마한 사람을 썼으며 세세토록 서로 이어지니, 진왕은 자립하여 왕이 될 수가 없었다.”

변한과 진한의 인구를 보면 대국(大國)은 4~5,000가(家), 소국(小國) 6~700가(家)가 이며 총 4~5만호로 기록하고 있다.

1가구(家)를 5명으로 잡으면 큰 나라는 20,000~25,000명, 작은 나라는 3,000~3,500명이다. 유리고인돌을 조성한 청동기시대 부족은 10,000명이였으니 이미 원삼국시대의 작은 나라의 인구를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유리고인돌을 조성한 부족이 주변 소국들을 통합하면서 빛벌(불사국)로 성장하였다고 추정할 수 있다. 고분군의 조성시기를 보더라도 전반기(1~3세기)는 현 계성면의 계성고분군과 계남고분군 중심으로 발전하였고, 후반기(4~6세기)에는 교동․송현동고분군이 있는 창녕읍을 중심으로 발전한 것으로 추측된다.

창녕의 삼한시대는 변진(弁辰) 24국 중 하나인 불사국(不斯國)이다. 불사국의 시작은 유리고인돌에서 태동되었으리라 생각된다.

사방이 내려다보이며 계성천변에 발달한 비옥한 토지는 백성들의 식량을 조달할 수 있는 중요한 터전이었다.

유리고인돌, 영산 관동고인돌, 계성고인돌, 장마 강리고분군, 산지고분군, 계성과 계남고분군(유사 적석목곽묘)들은 그 역사적 증거물이다.

유리고인돌 주변은 특이한 지명들이 많다.

대지를 창조하신 지모신(地母神) 마고할미와 연관된 마고면(麻姑面), 마고할미가 살았다는 장마면 유리의 천태산과 유현(幽玄, 깊고 그윽하여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깊고 오묘, 신의 세계)과 연관된 지명 유리(幽里), 삼신할미가 살았다는 삼시랑 고개의 지명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마고할미는 신선할머니로서 조상신인 삼신할머니이시며, 그 옛날 우리조상들을 하늘의 뜻에 부합되게 다스리던 낙원의 임금이셨다.

마고(麻姑)라는 글자가 말해 주듯 마고는 삼베옷의 할머니라는 뜻이다.

만약 "삼 마(麻)"자를 삶의 이두식 표기로 기록한 것이라면 삶의 할머니가 되어 삼신(三神)할머니와 뜻이 부합된다. 마고가 다스리던 나라가 바로 마고성(麻姑城)이다.

유리고인돌은 칠성바위로 불렸다.

칠성바위는 칠성신앙에서 유래된 것으로 별이 인간의 길흉화복과 수명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고인돌의 존재와 예사롭지 않은 지명들을 종합하여 볼 때 이곳이 창녕 역사시대가 시작된 성스러운 땅이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4월 따사로운 봄볕 좋은날 장마면 유리고인돌에 가보시라.

사방이 햇살로 가득한 빛벌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상상해 보라 100여 톤의 고인돌을 끌고 오는 고대인들의 우렁찬 함성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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