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추운 겨울을 보내고 물그림자를 따라 비오리 세 마리가 날고 있다. 따오기복원센터 앞

곧게 늘어선 이태리포플러 가지와 은사시나무 줄기가 물빛에 몸을 맡기고 봄을 재촉하고 있다. 간간이 오색딱따구리와 청딱따구리의 나무 쪼는 소리가 늪의 침묵을 깬다. 무척 고요하고 평화로운 풍광이다. 3월의 우포늪은 노릇노릇한 버드나무 가지들이 고개를 쏙 내밀고, 연노랑 기운이 촉촉한 땅으로 퍼져 넉넉한 어머니 품처럼 따뜻하다. 지난 해 내내 핵문제로 남북과 미국 등의 팽팽한 긴장과 갈등으로 동북아시아가 전쟁분위기로 시민들이 힘들게 살아왔다. 다행히 동게올림픽을 계기로 남북의 긴장이 다소 완화되고, 우포늪의 봄처럼 평화로운 계절이 온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우포늪에는 자연과 사람이 공생하는 공간이다. 뭇 생명들도 봄을 기다리며 평화롭게 먹이활동을 하는 계절이다. 겨우내 얼었던 빙판이 녹으면서 푸른 물빛사이로 나타나는 물풀들의 뿌리와 열매들을 겨울철새들은 부지런히 찾아내고, 먹이를 취한 뒤에는 날개 짓하며 활동한다.

겨울철새들도 고향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27년 전 우포늪 보전운동을 하러 이곳에 들러 원시 자연늪을 보면서 처음 느꼈던 경외감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어부들과 소목마을 아낙들은 맑고, 영양분 풍부한 늪 안 수초 가에서 민물 새우류들을 쉴 틈 없이 잡아내고, 왜래종이 유입되기 전이라 토종 민물고기들도 풍부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주변의 오염이 생물다양성 감소를 가져오고, 낙동강의 수질이 떨어지면서 귀한 물고기 종류들도 사라져갔다. 언젠가는 이런 종들을 다시 되살리고, 사람과 자연이 공생하는 날이 빨리 와야 할 것이다. 한편 늪 안 물그림자도 봄을 재촉하는 듯 연초록 빛깔을 드러내며 뭇 생명들을 품어내는 모습은 너무 아름답다. 순천만의 흑두루미와 일본 이즈미의 재두루미들이 북상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우포늪 상공에도 큰 무리의 새들이 북상하는 모습이 관찰된다. 일부는 우포늪에서 잠시 쉬어가기도 하지만, 엊그제 관찰했던 큰고니 42마리는 하늘 높이 낙동강 북쪽을 따라 날아간다. 지나는 시간은 오후 5시30분이 자났는데도 더 북쪽 강 모래톱이나 호수 가에서 잠자리를 구할 모양이다. 특히 봄철 새순이 돋아날 때 평소 덤불 속으로만 이동하며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붉은머리오목눈이(뱁새) 같은 작은 새들이 억새 숲 덤불을 오가며 억새와 갈대의 작은 풀씨를 먹느라고 분잡하다. 한편 봄을 맞아 산란준비를 위해 억새풀로 둥지를 만들기 위해 부지런히 덤불을 오가며 줄기와 잎 풀을 뜯어 물억새 숲에 기초공사를 한다.

따오기와 친구인 야생 황새가 나타났다.

최근 몇 년 동안 일본 토요오카에서 복원된 황새 봉순이가 2015, 2017년 3월이 되면 우포늪에서 관찰되었다. 그런데 올해는 야생 황새 2마리가 먹이활동을 하면서 2주째 머물고 있다. 99년 야생 황새를 관찰한 후, 처음 있는 일이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인다. 특히 올해는 황새목에 속하는 따오기 야생 방사를 앞두고 있어서 좋은 징조이다, 지난 2월 20일 처음 우포늪에 나타난 후, 2주째 머물고 있다. 현재 먹이활동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는 중이다. 그것은 따오기의 먹이 습성과 유사하고, 미꾸라지 등 따오기의 식성을 고려하여 황새의 움직임을 잘 관찰하면 야생방사 시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렇게 우포늪은 뭇 생명들이 머물고, 떠나는 서식지로서 역할을 변함없이 하고 있는 곳이다. 벌써 왜가리도 장재마을 앞산에서 둥지를 준비하고 있다. 마침 우포늪을 소재로 한 KBS 창립기념 다큐가 지난 3.1절에 방영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뛰어난 영상미와 가시연꽃과 물꿩의 생생한 생태관계를 기록하여 단순한 새에 대한 기록뿐만 아니라, 새끼를 낳은 어미의 역할과 물꿩을 키우는 부성애를 잘 묘사하여 소위 “짐승만도 못한 요즘 인간세태”에 대한 잔잔한 교훈을 주었다. 한편 소벌에 살아가는 한 어부의 자연과 공생하면서 대대로 살아온 삶에 대한 아름다운 묘사도 공감대를 만들었다.

야생 조류들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들

우포늪을 비롯한 김해화포천, 순천만, 서산, 고성, 철원 등 우리나라 곳곳에서 겨울철새들에게 먹이를 나누는 사람들이 있다. 예전에는 선조들이 까치밥까지 챙겨주는 아름다운 풍습이 있었다. 지금은 오히려 야생동물들에 의한 피해로 농민들과 팽팽한 긴장 관계로 겨울철이면 엽사들이 고라니와 멧돼지 등을 유해동물로 사냥을 한다. 결국 인간이 지나친 자연환경 파괴의 결과로 생명그물이 무너지면서 야생 스스로의 조절 기능을 잃게 되면서 그 피해가 우리들에게 되돌아온 결과이다. 그러나 선조들은 야생의 동물들이 혹독한 겨울 추위에 지친 몸을 추스르는 지혜를 보며 원시시대 사람과 새들의 먹이를 취하는 모습은 비슷했을 것이다. 이후 자연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생에 공감하면서 자연에서 삶의 지혜를 인간이 오랫동안 배워왔는지도 모른다. 봄을 기다리며, 겨우내 먹이를 제대로 먹지 못한 야생동물들과 겨울철새는 늪의 얼음이 조금만 녹아도 활동이 활발하다. 곧 북쪽으로 날아갈 독수리들도 겨우내 우포늪에서 주 2회식 나누어준 고기 부산물을 먹고, 처음에는 30-40마리에서 70-80마리로 12월 한파가 몰려올 때는 100여 마리 정도가 무리를 지어 먹이활동을 해왔다. 지금은 다시 30-40마리가 우포늪 근처를 비행하며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도 3월말이면 소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먼 몽골 땅으로 이동해 갈 것이다. 그동안 독수리들에게 먹이를 제공해준 분들에게도 감사할 일이다.

야생동물들의 농작물 피해를 줄이는 방안

조류독감 방지와 야생동물의 보호를 위해서라도 지자체와 주민들이 겨울철 먹이를 나누는 일에 나서야 한다. 마을 마늘밭에 고라니와 멧돼지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질 무렵이면 보초를 서는 주민들이 있다. 추운 겨울 그분들이 차를 타고 늪 주변과 농경지를 순찰하는 모습을 보면 참 딱해 보인다. 차라리 전국의 보호지역과 야생동물들이 서식하는 곳에는 정부가 예산을 마련하여 지자체와 협력하여 정기적으로 먹이를 공급하는 것이 AI와 농작물 피해를 줄이는 방안이 될 것이다. 이미 겨울철새들을 위해서는 생물다양성계약을 통해 볏짚을 존치하거나 보리를 심은 농민들에게는 지자체가 보상한다. 우포늪 겨울철 어업보상도 마찬가지이다. 겨울철 꽁꽁 언 땅에서 먹이구하기가 힘들었던 멧돼지들도 어둠이 내리면, 늪 가운데로 나와서 풀뿌리를 파헤치며 먹이를 구한다. 멧돼지가 겨울철 먹이구하기가 힘드니까, 민가근처의 농작물들에 피해를 준다. 모든 야생동물들에게 겨울철에는 먹이나누기를 보호지역 내에서 시행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된다. 특히 겨울철 상시적으로 발생하는 AI(조류독감) 대응책으로 전국의 철새도래지 등 보호지역과 농촌 들녘에서는 야생조류들에게 상시적으로 먹이를 공급하는 것이 가금류와의 접촉을 사전 차단하여 철새도래지와 보호지역의 생태관광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야생관찰이 비행기를 만들었다

독수리 먹이를 나누고, 눈부신 하늘을 쳐다보는 것이 겨울철 일상이다. 하늘을 질서 있게 비행하며 바람을 타는 독수리들을 바라보는 것은 마치 어린 시절 동네 철둑길에서 가오리연과 방패연을 띄워 더 높이, 더 멀리 연을 날리며 하늘을 나는 꿈을 꾸던 추억을 불러낸다. 한 두 시간을 그렇게 푸른 하늘과 바람 그리고 사각사각 거리는 억새소리, 늪 안에서 트럼펫 소리 내며 먹이 활동하는 고니류들의 울음소리에 나는 둥실 구름 속을 떠간다. 그때 우포 하늘을 지나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 등 인간이 만든 큰새들도 시간대 별로 지나간다. 가끔 아이들과 먹이를 나누고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보게 되면, 흰꼬리수리, 검독수리 등의 날개 짓을 보고 인간이 만든 비행기 이야기를 들려준다. “비행기를 만든 초기, 비행기가 수평으로 날았으나, 급강하를 하게 되면서 공기의 흐름 때문에 날개가 심한 진동이 생겨 날개의 기능이 수행되지 않아 추락하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항공 공학자들이 많은 연구를 했으나 답을 찾기 어려웠다. 그런데 독수리가 먹이를 낚아채는 모습을 보고 저곳에 해답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연구를 시작하였다. 독수리의 비행술을 면밀히 조사한 결과 급강하할 때 날개 깃털 중 맨 앞의 단 하나의 깃털이 위로 들려서 그사이에 공기의 흐름이 생기고 이 흐름이 전체 깃털의 진동을 방지, 완전한 날개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 사실을 비행기에 적용하였다. 현재 비행기 날개의 앞부분에 장착되어 있는 전연장치가 이것이다." 간혹 교육혁신이 무엇인가? 그 한 방안으로 어릴 적부터 자연 속에서 달팽이와 지렁이 등 인간이 보면 느리게 움직이는 생명들을 천천히 관찰하는 태도부터 가르치고, 배울 때 답이 나올 듯하다. 그렇게 되면 경쟁보다는 자

신 만의 다양한 생각과 관찰 과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에서부터 감수성, 과학적사고, 예술적 표현 그리고 삶의 길을 열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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