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 까치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설이면 자주 불렀던 동요도 기억납니다. 조상들은 옛날부터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고 길조로 여겼습니다.

까치는 참새목 까마귀 과에 속하는 새로서 우리나라에는 일부 섬을 빼고는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텃새입니다. 사람과 가까이 살아서 그런지 까치는 우리 생활 곳곳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표(까치 소리가 반가운 소식을 전하는 상징), 동물 이름(까치호랑이, 까치살무사), 물고기 이름(까치복), 식물 이름(까치수영) 등에도 까치가 들어갑니다.

구전설화에도 까치는 단골로 등장합니다. 칠석날(음력 7월7일)이면 동쪽 하늘과 서쪽 하늘에서 서로 떨어져 만나지 못하는 견우와 직녀의 애틋한 사랑을 이어 주려고 까치가 몸을 바쳐 오작교를 놓아줍니다. 또, 자신의 목숨을 살려 준 선비에게 은혜를 갚으려고 머리로 종을 쳐서 죽음을 맞은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이처럼 조상들은 까치를 영특하고 좋은 일을 가져다주는 새로 여겼습니다.

그런 까치가 요즘은 사람들과 사이가 많이 벌어졌습니다. 까치의 습성 몇 가지를 짚어 보겠습니다.

먼저 먹이는 잡식성으로 식물, 곤충, 작은 동물, 심지어 작은 새까지 잡아먹어요. 과일도 먹으니 농부들한테는 아주 말썽꾸러기가 되었습니다. 잘 익은 과일을 골라 흠집을 내니까요. 그래서 농부들이 새를 잡아서 본보기로 장대에 매달아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합니다.

또한, 맹금류가 사냥한 먹이도 뺏는 난폭자 같은 모습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먹이를 뺏으면 혼자 먹지 않고 동료를 불러서 나눠 먹으니 한편으로는 의리가 있는 새입니다. 무리에 천적이 들어오면 함께 힘을 합쳐서 기어코 몰아냅니다.

한번은 까치 덩치 두 배쯤 되는 삶은 고깃덩어리가 있어서 들판에 던져 놓았습니다. 그랬더니

까치 몇 마리가 몰려와서는 처음엔 부지런히 배를 채우더니 실컷 먹고 남은 것은 조금씩 물어다가 논둑 여기저기에 숨겼어요. 저장하는 것이지요. 그냥 내버려 두면 다른 맹금류한테 뺏길 테니까요. 이때도 솔개나 말똥가리 같은 맹금류는 까치 곁에서 얼쩡거릴 뿐 쉽사리 다가오지 못합니다.

‘까치설날’ 이야기에도 까치의 성질이 잘 드러납니다. 까치는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을 잘 기억합니다. 그런데 설이라서 낯선 사람들이 찾아오니 까치 쪽에서는 여간 괴로운 것이 아닙니다. 더구나 알록달록한 설빔을 차려입은 아이들은 까치 쪽에서는 이만한 천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사람은 설이라서 즐겁지만, 까치는 전혀 반갑지 않겠지요. 그러니 동네 어귀 나무에 모여서 울부짖는 것을 인간의 편에서 해석한 오독(잘못 해석)이지요.

까치는 둥지를 키가 큰 나무를 비롯한 전봇대 같은 곳에 잘 짓습니다. 재료는 나뭇가지를 주로 사용하지만 때로는 가는 철사도 사용한답니다. 모양은 공처럼 둥근 형태이고 출입구는 옆으로 내서 비가 들지 않는답니다. 전봇대에 집을 지을 때는 이런 철사 때문에 가끔 감전사고도 일어난대요. 그래서 전봇대에는 바람개비를 달아서 까치가 나뭇가지를 걸치지 못하게 해놓았습니다. 그러다 사람이 먼저 까치한테 화해의 손길을 뻗쳐서 전봇대에 선반을 달아 주기도 합니다. 다시 까치와 사람은 친해질 수 있을까요?

까치를 소재로 쓴 동시를 한 편 소개합니다.

아기까치의 우산

주룩 주룩 주룩 주룩/까치둥지에 비가 내려//엄마 까치 날개 펴서/아기 까치 우산 되지요.// 콩알 같은 빗방울/이마 때려도 엄마는 꿈쩍도 않아요.//온종일 비가 내려요./주룩 주룩 주룩 주룩

까치를 소재로 어린이가 읽도록 동시를 썼군요. 이 시를 읽고 나서, 어미나 새끼의 표정과 둥지 모양을 생각하거나 그림을 그려보세요. 어미 까치가 새끼를 키우는 모습을 따뜻이 잘 그렸습니다. 하지만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까지 둥지는 공 모양이고 비가 새지 않습니다. 그러니 내용은 따듯하지만 둥지 모양도 다르고 안을 볼 수 없으니 실감이 없어요.

만약에 이 시에 나오는 까치가 접시 모양으로 집을 짓는 비둘기 같은 새였더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따뜻한 동시가 되었을 겁니다.

우리 어린이 친구들도 앞으로 시나 글을 쓸 때, 자기가 경험하지 않은 일을 생각으로만 글을 쓰면 이 시처럼 엉뚱한 글이 됩니다. 자연을 잘 관찰하는 것이 글을 쓰는 것보다 먼저라는 것을 알면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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