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박골 철거된 옛 상무좌사건물

고령상무사기념관

진주상무사

○ 창녕, 동서남북을 연결하는 물길의 중심지, 경유지요 물류센터

창녕은 낙동강 물길 150리에 회천, 황강, 남강이 흘러들어 30여개의 크고 작은 나루터가 있던 물길의 요지로 상거래와 중계무역이 활발했던 곳이다. 창녕군 물길은 동서남북의 교차점이다. 동부경남에서 서부경남, 내륙에서 해안가로 연결하는 동서와 남북을 잇는 교차점이다. 뱃길 따라 해안의 생선류, 젓갈, 소금 등이 내륙으로, 내륙의 농산물과 가내수공업품(장독, 한지, 죽세품등)이 하류로 강물 따라 흐르고 흘렀다. 창녕은 배의 중간경유지요, 물류센터다.

큰 나루터는 멸포나루(길곡 오호리), 쇠나루(도천 송진), 웃개나루(남지), 박진나루(남지읍 대곡), 적포나루(이방면 현창), 등림나루(이방면 등림), 율지나루(이방면 우산), 손터나루(이방면 송곡)등이며, 손터나루의 고방장터, 적포나루의 이남장터, 박진나루터의 남일 장터, 웃개나루터의 웃개장터등이 번성했다. 이 장터들이 생필품의 유통과 물류센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조선 후기 상업이 발달한 영정조때 한강변에 상인들이 운영하는 30여개의 사빙고(私氷庫)가 있었고, 다른 지역 강변에도 있었다고 전한다. 사빙고는 상인들이 상하기 쉬운 생선류나 고기(소고기, 돼지고기)를 저장하는 물류창고 역할을 하였을 것이다. 창녕현과 영산현의 주요 나루터에도 상인들이 운용하던 사빙고 있었을 것이다. 현재 남아있는 창녕석빙고와 영산석빙고가 남아 있으며, 이 석빙고를 일제강점기에 창녕상무좌사 상인들이 어떤 형태로든 이용하지 않았을까...

실제 20~30년전에 창녕군 대지면 석동 성씨고가에 소형 석빙고가 있었다고 전한다.

○ 보부상이란

보부상(권용정, 19세기 후반)

보부상, 그들은 스스로 "세상에서 지극히 미천하고 지극히 누추하여, 살아서 이익이 없고 죽어도 손해가 없는 자 "로 혜상공국서(1883)에 기록되어 있다. 참으로 애잔하고 가슴이 먹먹하다.

물을 건너는 다리와 터널이 없던 옛날, 첩첩이 산으로 막혀 있는 내륙지방에 소금, 젓갈, 생선, 농기구, 그릇, 옷감 등을 이고 지고 날랐던 것은 바로 보부상들의 고달픈 어깨였다. 보부상을 강도로 몰아 재물을 빼앗고 고을에 호소하여도 매를 맞거나 죽기도 한다(한성부완문). 보부상은 파산한 농민, 몰락한 양반 또는 노비출신들이 많았다 한다.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에 허생원과 조선달이 달밤에 나귀를 끌고 봉평장에서 평창장으로 넘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이렇게 전국 장터마다 다니며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보부상이다. '보'는 보따리장수, '부'는 등짐장수다. 고려 말에서 근대까지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경제유통을 맡았던 전문상인 집단이었다.

○ 값비싼 보상(褓商), 값싼 물건 부상(負商)

보부상은 값이 비싼 것을 취급하는 보상(褓商)과 부피가 아주 큰 것을 다루는 부상(負商)을 묶어 부르는 말이다. 운반수단이 보자기면 보상(褓商)이고 지게면 부상(負商)이다. 보상은 비싼 사치품, 잡화 등을 보자기에 싸서 멜빵으로 메고 다녔다. 댕기 비녀 얼레빗 족집게 연지함 분통 염낭등 작고 귀한 물건이 많았다. 중상류층이 고객이다. 또 일정한 집이 있어 장사할 때는 가족과 떨어졌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생활을 반복했다. 부상은 생활용품으로 부피가 크고 값 싼게 대부분이고 처자식을 데리고 다니는 게 일반적 이었다. 고객은 일반서민들이다.

○ 보부상과 상무사

조선 초 보부상단은 한양 중앙본부와 지역 단위 본부인 임방을 두고 5일장이 열리는 읍에는 작은 사무실 임소를 두고 활동했다. 당시 상무사는 서울에 본사, 전국 각 도와 군․읍에 지사를 두어 13도 340여 군의 조직을 갖춘 준공적(準公的)기구였다. 그러다 대한제국(1897~1910)때 상무사(商務社)로 바꾸고 전국적 조직을 갖추었다. 1900년대 초반 기준으로 전국 보부상은 조직원이 80만을 헤아렸다 한다. 민속학에서 부상(負商)의 역사는 고대 원시사회 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추측한다. 그러나 기록에는 고려 말 이성계 장군과 관련 처음 나타난다. 이성계가 석왕사를 지으며 삼척에 있는 5백나한 운반을 개성에 살던 백달원과 그 동료들에게 맡겼다. 이들이 워낙 열심히 일하는걸 보고 이성계가 탄복하여 개성 발가산이 본거지인 임방을 제공했다. 아울러 이들에게 어물 소금 목물 토기 수철등 5가지 품목의 거래독점권을 부여했다. 이렇게 해서 백달원은 수십만에 이르는 전국 행상의 우두머리로 등장했다.

충남 예산 덕산면 읍내리에 조선말기 보부상 조직 이었던 상무사의 역대 접장들의 위패를 모셔놓은 사당이 있는데 제일 위 한가운데 백달원의 위패가 모셔져있다. 백달원은 보부상의 대두령으로 신격화 되었었다.

○ 전쟁이 발생하면 항상 관군 앞엔 보부상들이 있었다

보부상들은 전국적 조직으로 평상시는 장사를, 전란시는 군량수송 임무를 맡았다. 부상(負商)들은 임진왜란 때 많은 활약을 했다. 행주산성이 포위되어 군량이 떨어지자 권율진에서 쥐나 참새를 잡아먹으며 버텼다. 이 때 부상 수천 명이 양식을 보급하고 또 선봉에 나서 싸우다가 장렬히 전사했다. 이렇듯 임란 7년 동안 보부상들은 나라의 수레바퀴가 되어 군수품 수송을 도맡았다. 병자호란 때도 인조가 남한산성으로 피신할 때 식량을 나르고, 군자금과 의용군으로 성 방어에도 기여했다. 홍경래의 난, 병인양요 때도 문수산, 정족산 전투(양헌수장군)에 동원되기도 했다.

조정에서 공식적으로 보부상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이때부터라고 한다. 국란때 소극적인 유생계층보다 충성심과 단결력이 월등한 이들에게 신뢰가 갔던 것이다. 국란이 닥치면 전국적인 조직망을 통해 나라를 위해 싸웠고, 나라는 생선 소금 토기 목기 무쇠의 독점권을 주었다. 이 독점권은 경제구조가 크게 변하는 개화기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 왕실의 세수입과 기간통신망 역할

대원군의 경복궁 중수 때도 활약하였다. 보부상들은 단순히 물건만 팔며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닌 것만은 아니었다. 왕실의 세수입과 기간통신망으로 전국 방방곡곡을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나라가 위기에 처하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활동하였다. 그러나 조선왕실의 어용상인이란 한계를 벗어나기 힘든 조직이기도 했다. 1894년, 동학농민운동 진압 과정에서 왕실의 명을 받고 관군과 일본군의 앞잡이가 되었고, 독립협회 활동을 억제하기 위해 황국협회를 만들어 독립협회에 대한 테러를 일삼기도 했다.

○ 백달원과 물미장 (勿尾杖), 이성계와 인조를 구한 “목화송이”달린 패랭이

등짐장수는 지게에 물품을 지고 한쪽 끝이 뾰족한 작대기(勿尾杖, 물미장)을 짚고 다녔다. 이 물미장은 보부상 백달원이 이성계를 구할 때 작대기 짚고 업어서 구한데 유래한다. 조선 건국 후 태조 이성계가 백달원에게 용이 새겨진 지팡이를 하사하였다. 물미장은 조선시대 보부상의 상징이였고 자긍심이었다. 그리고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이동하는 과정에 도둑을 만나거나 사나운 짐승을 만날 때 무기로도 쓰였다.

물미장과 함께 보부상의 상징은 “목화송이” 두 개를 단 패랭이(幣陽笠)다. 목화는 처음에 의료용, 화약발파용이었으나 세월이 지나면서 차츰 장식용으로 변모 되었다. 이성계가 여진족과 싸우다 왼쪽 발에 화살을 맞아 응급치료를 한 것으로 왼쪽에, 병자호란때 인조가 남한산성으로 피난 가다가 다쳤을때 패랭이에 꽂힌 솜뭉치로 일차 처치를 받아 패랭이 오론쪽에 달았다한다. 왕을 구한 자랑스러운 징표요 자부심으로 여겼다.

○ 체계적 연락망과 엄격한 윤리강령

급히 전할 소식이 있으면 밥 먹던 자는 수저를 놓고, 잠자던 자는 이불을 걷어차고 뛰어나가 번개처럼 순식간에 팔방으로 통달한다.(조선의 시장(1924), 조선총독부)

보부상들은 전국적 조직망과 엄격한 윤리강령이 있었던 조직이였다. 강한 단결력을 생명처럼 여겼고, 서양의 길드(Guild)와 같이 규칙이 있었다. 각 지부를 연결하며 소식을 전하는 체계적인 연락망이 있었다. 주요 강령은 3가지로 어려울 때 서로 돕는 '환난상구(患難相救)', 언제나 같은 조직임을 강조하는 '조동모서(朝東暮西)', 일면식이 없더라도 보부상끼리 환자보호와 장례는 반드시 치러준다는 '병구사장(病救死葬)' 등이었다. 이를 통해 서로 형제처럼 도우며 살았다.

○ 보부상의 쇠퇴

19세기 말, 일제가 경제침탈을 시작하자 보부상들은 조직적으로 대항한다. 그러나 1906년 일제가 대한제국 황실의 안녕과 평화를 유지한다는 명분으로 설치한 통감부(統監府)에 강제 해산당한다. 이후 지속적인 경제침탈로 쇠퇴의 길을 걷는다. 그러나 보부상은 끈질기게 그 명맥이 유지되었고 최근까지 진주상무사, 고령상무사, 창녕상무사등 그 이름과 유품들이 남아있다. 힘들고 가난하지만 정과 의리로 뭉쳤던 보부상, 일제 경체침탈로 사라졌지만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보존해야 할 우리 역사다. 현재 충남과 경남에서 상무사 관련 축제등 지역행사를 통해 사라진 전통문화복원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 고급제품 취급한 우사 중심 “창녕상무사”

보부상은, 보상(褓商)과 부상(負商)을 한꺼번에 부른 이름이다. 보상은 우사(右社), 부상은 좌사

창녕보부상유품

(左社)다. 「경상도지역 상무사의 변화와 보존」(임경희, 영남대 2011 논문)에 의하면 경북 1곳(고령군), 경남 3곳(진주시, 창녕군, 합천군 삼가)에 상무사 관련 유적이 남아있다.

1904년 해산되어 대부분 사라졌고 경상남북도 일부지방과 충청남도 일부 지방만 겨우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조선보부상단의 후신인 상무사 좌지사와 우지사만 남았다. 상무사의 존재는 대한제국, 일제강점기, 해방 후 정부수립, 한국전쟁, 산업화 민주화로 이어지는 20세기 변화를 겪으며 살아남은 중요한 전통 상인단체이자 민중조직으로 가치를 가진다.

창녕상무사는 좌사와 우사로 구성되었다. 고령상무사와 달리 우사가 먼저 활동했는데 1884년 결성되어 경남 창녕과 밀양, 경북 현풍지역 상권을 관할했다. 좌사는 5년 후 1899년 상무사 설립과 함께 결성된다. 창녕은 고급제품을 취급한 우사가 중심이다. 상단 관할 지역은 처음엔 창녕과 밀양일대로, 1885년에는 창녕과 영산, 현풍지역이 그리고 1900년 창녕과 영산으로 조정되었다. 창녕상무사는 1911년 해산됐고, 1912년 창녕상무소로 명칭이 바뀌고 관할지역이 창녕군으로 축소됐다. 창녕상무사는 원래 창녕읍 교리 읍내시장 인근에 있었으며 좌사 임방이었다. 세간 기와집으로 1940년 건립되었다. 지역의 하(河)씨와 허(許)씨 두 성(姓)이 부보양상과 협의하여 매년 봄과 가을 제사를 봉행했다 한다. 2001년 이 일대가 개발되면서 임방은 창녕읍 말흘리 오박골로 이전했지만 관리가 되지 않아 폐허가 되어 몇 년 전에 철거됐다.

○ 창녕상무좌사 복원을 기대하며

오박골 상무사관련 비석

진주시 진주상무사(경남 문화재자료 제533호)와 고령군 고령상무사기념관(2008년)은 상무사 관련 유적을 효과적으로 보존 관리를 하고 있다.

창녕군 (사)비사벌문화제제전위원회에서 2016년부터 비사벌문화제 기획행사로‘신(新) 보부상(褓負商)을 찾아’라는 주제로 조선시대 영남권의 물류 유통 중심이었던 창녕상무사 보부상을 재조명하고 있다.

창녕 보부상단은 현재 문헌자료가 전하는 몇 않되는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지금껏 밝혀진 영남 최대의 규모라 한다. 창녕상무좌사 유품 35점은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되어 창녕박물관에 일부 전시되고 있는데 진주시나 고령군처럼 창녕상무사기념관을 지어 보부상단 유품과 관련 자료를 전시하면 또 하나의 관광상품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보부상관련 노동요

질을 걷네 질을 걷네

등짐장사 질을 걷네

날이 났네 날이 났네 등금등금 날이 났네

밭을 매네 밭을 매네

처녀 다섯이 밭을 매네

날난신을 다지나 팔아

처녀 다섯을 사가지고

삼으리라 삼으리라

<창원군지 노동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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