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친구들, 곧 신나는 겨울방학이 오지요

겨울 산에서 만나는 새 중에서 사람을 그리 경계하지 않아서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산새를 소개할게요.

제가 사는 곳은 해발 700미터가 넘는 산, 중턱쯤에 있는 산촌마을이에요. 그래서 겨울은 빨리 찾아오고 봄은 늦게 오지만, 나무열매도 많고 겨우내 물이 마르지 않는 계곡이 있어서 산새들이 많이 찾아와서 겨울을 납니다.

먼저 유리딱새를 소개합니다. 유리딱새(14mm)는 흔히 보는 참새(14.5mm)와 크기가 비슷해요. 우리나라보다 북쪽인 러시아 일대에서 번식하고 겨울이면 우리나라를 지나가는 나그네새이면서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나는 겨울철새예요. 겨울을 나는 무리는 흔하지 않아요. 흔하지 않은 새를 가까이서 만나니 행운이지요.

유리딱새의 외모는 영어 이름에 잘 드러나는데, Red-flanked Bluetail, Orange-flanked Blue Robin이에요. 즉, 옆구리는 붉은색(혹은 오렌지색)이고 꽁지깃은 푸른색을 띤다는 말이니까요. 우리 이름도 참 재미있어요. ‘유리’와 ‘딱새’를 구분해서 알아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어요. 먼저 ‘딱새’라는 말은 텃세인 딱새처럼 꽁지를 까딱거리는 습성이 닮았어요. 그리고 ‘유리’는 ‘푸르다’는 속뜻이 있어요. 유리는 투명하지만 옆에서 속을 들여다보면 푸른빛이 나지요?

“아하, 딱새처럼 꼬리를 까딱거리는 습성이 있고 유리처럼 깃이 푸르다는 말이네!” 하는 친구도 있겠네요. 영어 이름이나 우리 이름이나 유리딱새의 모습을 잘 담았네요.

유리딱새가 좋아하는 비목나무 열매

올해도 유리딱새가 찾아온 곳은 계곡 옆 시누대 밭이에요. 시누대는 키가 자그마하고 촘촘히 자라는 대나무라서 작은 새들이 숨거나 보금자리로 삼기엔 참 좋은 곳이지요. 그래서 그런지 이곳에는 참 많은 새들이 함께 지내요, 곤줄박이, 딱새, 오목눈이, 동박새, 노랑턱멧새 등. 크기가 비슷한 산새들이 모여 사는 다가구주택 같아요.

시누대 밭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유리딱새는 먹이를 찾아 나서요. 가까이 유리딱새가 좋아하는 먹이가 있어요. 비목나무 열매예요. 비목나무는 봄에 노란 꽃을 피우고 가을에 붉은 열매를 다는 키가 큰 나무예요. 잎과 열매 모두 향기가 진하지요. 크리스마스실 즉, 사랑의 열매와 비슷해요. 유리딱새는 이 비목나무 열매를 통째로 삼켜서 열매 살만 소화하고 딱딱한 씨앗은 뱉어냅니다. 작은 새가 딱딱한 씨앗을 소화될 때까지 배 가득 넣고 다니다간 행동이 굼떠서 천적한테 잡히기 쉽겠죠. 열매 살만 먹고 딱딱한 씨앗은 숲속 여기저기 옮겨주니 나무에게도 기쁜 일이지요.

새를 찾아가는 내비게이션, 먹이

곤줄박이도 이 비목나무 열매를 즐겨 먹어요. 그러나 박새과인 곤줄박이는 삼키지 않고 과육만 쪼

아 먹어요. 비목나무 밑을 잘 살펴보면 작은 콩만 한 씨앗이 늘려 있고, 또 껍질이 벗겨진 노란 알맹이가 흩어져 있어요. 껍질이 벗겨져 노란 알맹이가 드러난 것은 곤줄박이가 쪼아서 깨트린 것이에요. 그리고 곤줄박이는 때죽나무 열매를 잘 까먹어요. 땅콩만 한 때죽나무 열매를 물고 나뭇가지로 올라가 두 발로 열매를 꼭 잡고 부리로 쪼아서 깨트리고는 겨울잠을 자는 애벌레나 씨앗을 꺼내먹는답니다.

딱새도 사람을 별로 무서워하지 않아요. 같은 집에 살면서 낯이 익으니 텃밭에서 일을 하면 발치 앞까지 와서 먹이를 찾기도 하지요. 또 창문을 열어두면 방으로 들어와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놀다가 나가기도 해요. 처음엔 반가워서 그대로 두었는데, 가끔 미운 짓도 합니다. 옷이나 컴퓨터, 책장 같은 곳에 똥을 싸고는 나가버리니까요.

동박새는 눈 화장을 아주 잘 한 새입니다. 눈가에 동그랗게 그린 것을 ‘눈테’라고 해요. 동박새는 동백나무에 잘 모인다고 붙은 이름인데, 곤충이 부족한 이른 봄에 꽃가루를 옮겨서 가루받이(조매鳥媒)를 하는 새이지요.

곤줄박이도 딱딱한 씨앗을 쪼아서 잘 까먹지만, 박새와 쇠박새도 같은 박새과라서 먹이를 먹는 습성이 비슷해요. 박새와 쇠박새를 관찰하려고 해바라기 씨앗을 준비했어요. 서로 번갈아가며 씨앗을 빼서는 나뭇가지로 가서 속 씨만 빼먹어요.

사람들도 한 동네에 모여 살아도 서로 하는 일이 다르죠. 산골 조그만 대밭에도 여러 새들이 깃을 묻고 살지만, 먹이 습성이 다르니 서로 다투는 일은 없어요.

새들이 좋아하는 먹이를 안다는 것은 사람이 낯선 곳을 찾아갈 때, 주소를 알고 가는 것과 다름없답니다. 새들이 즐겨 먹는 먹이를 준비하면 더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겠지요.

올겨울에는 새들이 좋아하는 비목나무나 때죽나무를 잘 봐두었다가 찾아가보세요. 그러면 나무와 새가 어우렁더우렁 살아가는 모습을 알 수 있을 거예요.

글, 사진: 조무호(아동문학가, 생태연구가)

-1998년~2017년까지 경남의 식물, 새. 곤충을 기록했다.

-곤충 약 1만 종을 기록하여 "연간 곤충발생지도"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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