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립수목원에서 주관한 한국곤충대도감의 3,600여 종에 곤충 7천여 종을 더해  1만종을 관찰 기록해 학회에 주목을 받았던 조무호 생태연구가를 만나 본다.

그는 한마디로 자연에 묻혀 사는 야인(野人)이었다. 마지못할 땐, 잡사이거나 비정규직 작가라고만 한다. 그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문학을 공부했지만 문학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었다. 그는 늘 자연 이야기다.

“처음 시인으로 작가로 등단을 하고나서 부끄러워 죽는 줄 알았습니다. 생태문학을 하겠다고 그런 장르로 등단을 했지만 막상 ‘정식’으로 글을 쓰려니 도무지 아는 게 없었습니다. 그 길로 절필하고 들로 산으로 나섰어요. 우리 고장의 식물과 새와 곤충을 찾아 나섰어요. 1998년부터 올해까지 약 19년째 자연에 갇혀서 엉뚱한 짓만 하고 삽니다.”고 한다.

◇ 그 엉뚱한 짓이 무엇인지요?

“식물지도, 새지도, 곤충지도를 그렸어요. 식물은 자라면서 모습을 바꾸니까 1년 내내 따라다니면서 기록해야 어느 때 만나더라도 그 모습을 묘사할 수 있어요. 또 낮은 데 사는 것 높은 산에 사는 것도 알아야 글을 쓰겠더라고요. 새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래서 낙동강하구에서 약 7년쯤 날마다 갯벌로 출근하고 갯벌에서 퇴근했지요. 그 다음엔 곤충을 찾아서 산속으로 들어왔습니다. 곤충 중에 밤에 활동하는 어른벌레 기록은 올해 마칩니다. 곤충은 현재까지 약 10,000만종 기록했습니다. 한국곤충대도감에 3,600종을 수록했으니 대충 어림잡으시고요. 뭐, 여태 이러고 사느라 마땅한 글도 못 썼고 이제 1문장 썼습니다. 이런 비정규직 잡사한테 무슨 원고를 부탁하시려고요. 마,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고 우포에 가서 늪이나 걷지요.”

◇ 곤충지도에 대해 알기 쉽게 풀이 한다면 ?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연간 발생하는 곤충을 날짜별로 기록하는 겁니다. 그래야 녀석들의 생활사를 알 수 있어요. 또 1년에 몇 차례 발생하고 얼마쯤 생활하는지 그리고 애벌레 때 무엇을 먹이로 하는지 따위를 기록해야 글을 1줄 쓰는 겁니다. 그러느라 이제 1문장 썼어요. 그리고 이 자료는 생명농업에도 쓸 수 있고 기후변화에 따른 생물의 DNA 변이 관계도 밝히는 자료가 됩니다.”

“옛날 사람들은 흔히 이런 글을 썼지요. ‘이름 모를 새가 벌레를 물고 가서 새끼한테 먹였다.’ 혹은 ‘이름 모를 들꽃이 피었다.’ 라고 말이지요. 그러면 그 ‘이름 모를’이라는 말이 문학적인 표현인양 여깁니다. 이를 좀 자세히 적어볼까요? ‘딱새가 소루쟁이 잎을 먹는 물결자나방 애벌레를 물고 가서 새끼한테 먹였다.’ 라고 바꾸면 삽화를 그리는 화가도 잘 그릴 수 있어요. 이런 1문장을 쓰는데 약 20년 걸렸어요. 이런 어쭙잖은 작가한테 청탁을 하시다니요. 하하.”

◇ 곤충지도가 완성되면 다음은 ?

“뜻이 통하는 분이 있다면 ‘디지털곤충박물관’을 만들고 싶어요. 대부분 곤충박물관은 표본을 전시해서 실제로 지역별 색깔도 없고 활동하는 모습도 알 수 없어요. 그리고 그런 표본 한 점도 처음엔 살아있는 생명이었습니다. 그를 잡아다 죽여서 만든 거잖아요. 생태학습관의 목적이 생명존중일 텐데요. 이제는 달라야 합니다. 표현하는 방법이 다채롭잖아요. 그런 데로 눈을 돌리지 않고 예산을 들여서 천편일률적인 학습관이나 박물관을 지어서 운영하는 데 막대한 세금을 씁니다. 개성도 없고 창의적이지 못하지요

◇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끝으로 한 말씀 ?

그 지역의 문화와 자연자원을 발굴해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야지요. 일본에는 그런 사람을 ‘도코로지스트’라 한다면서요. 이제 좀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박물관도 학습관도 기업의 형태로 나아가서 끊임없이 연구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가치를 생산해야 합니다. 왜, 국민들 세금을 그리 씁니까? ‘생태’라는 말을 접두사처럼 면죄부처럼 남발하는 사회, 이것만큼 비생태적인 사회가 어딨어요.”하고 우포늪 제방으로 사라져 간다.

약력 : 조무호 아동문학가, 생태연구가는 1998년~2017까지 경남의 식물, 새, 곤충을 기록했다. 곤충 약 1만 종을 기록하여 「연간 곤충발생지도」를 만들었다.

조무호 생태연구가는 본지에 초대되어 필진으로 식물, 새, 곤충을 연재한다.

오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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