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도에 중국에서 따오기 2마리가 들어온 지 9년이 되는 날에 우포따오기 역사체험관이 문을 열었다. 벌써 313마리로 증식되어 내년부터는 야생방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그 기념으로 역사체험관 문이 열렸으니, 크게 축하할 일이다. 굳이 ‘역사’라는 말이 들어간 이유는 처음 군청에서 자문회의를 할 때, 당시 신종규부군수가 따오기도입과정과 복원과정을 기록하는 것이 좋겠다는 제안으로 이루어진 셈이다. 이런 역사기록을 할 때는 특히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하여, 도입과정의 제안 배경과 복원가능성에 대한 다양한 검토회의 그리고 이것을 행동으로 옮긴 인물들에 관한 기록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는 중국이나 일본처럼 정확한 사실에 근거하여 이 일을 추진한 사람들과 행정자료, 신문기사들을 참고하여 기록물에 오류가 없는지를 챙겨야 한다. 즉 특정한 인물이 선호하는 것이나, 복원과정에서 별 기여도가 없는 인물들이 소개 되는 등은 후세사람들에게 역사왜곡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래서 글쓴이는 자문회의에서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에서 발간한 <우리 곁으로 돌아온 따오기>라는 책자가 비교적 정확하게 기록한 자료이므로 참고하라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체험관 방문객들이 비교적 소상하게 따오기 복원과정을 알 수 있도록 일부 빠진 부분을 기록으로 남겨두고, 새로운 검토가 이루어지기를 기다린다.

민관협력으로 중국 따오기 서식지를 찾아서

2005년 늦은 여름, 환경단체의 제안으로 창녕군과 전문가들이 중국 산시성 양시엔에 서식하고 있는 '따오기를 찾아서' 먼 길을 다녀온 적이 있다. 창녕군과 환경단체는 람사르 습지인 우포늪(소벌)에 종 복원 사업이라는 공동 프로젝트를 만들어 30년 전, 우리나라에서 사라진 따오기를 되살리기 위한 1차 민관 현장방문이었다. 특히 2008년 람사르협약당사국 총회를 경상남도에 유치하려고 2005년 11월에 열리는 아프리카 우간다 총회를 준비하는 과정에 이루어진 의미 있는 행사였다. 이렇게 중국 따오기복원 마을을 방문하게 된 계기는 고인이 된 황새 복원전문가 김수일 교수의 권고였다. 2005년 4월, 김수일 교수가 멸종위기에 있는 세계 1급 보호조류인 따오기를 중국 산시성 양시엔에서 보고 온 후, 습지보호지역인 우포늪에서 복원을 필자에게 제안했다. 그래서 당시 김종규 창녕군수를 김수일 교수와 함께 만나 창녕군과 경상남도, 민간환경단체가 협력하여 따오기 복원 타당성 조사부터 시작한 것이다. 당시에 중국의 따오기복원 전문교수인 시용메이 박사, 두루미복원재단의 아치볼드박사, 국제 종복원위원회 등 쟁쟁한 전문가들이 우포늪과 경남도청, 도의회 등에서 토론과정을 거쳐 도입결정을 하게 된다. 되돌아보면 2005년부터 2008년 따오기 2마리가 도입되기 전까지 제10차 람사르총회와 맞물려 민관의 협치는 매우 호의적인 시절이었다. 노무현 정부의 분위기가 그러했다. 한편, 람사르총회 유치를 위해 경상남도와 여야 국회의원과 환경부 등의 협력이 어쩌면 따오기 복원을 추진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밑그림은 경상남도 내의 민관협력 그룹들이 그렸고, 이일을 추진하는데 결정적 도움을 준 인물은 이명박 정부의 정무수석과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박재완교수이다.

따오기 도입에 결정적 도움을 준 사람들

이후 박근혜 정부 하에 윤성규 환경부장관은 “따오기 수컷 두 마리 들여오려고, 그리고 그 자손

모두를 일본과 달리 우리 것으로 하자며 중국 측 양보 얻어내느라 골머리 썩혔던 기억이 또렷하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이런 소중한 기록들이 한 뜸 한 뜸 발굴하여 기록할 때, 역사관의 품격이 높아지는 것이다. 2006년, 경남도민일보 기사를 보면 "창녕군이 창녕 우포늪(소벌)에 따오기를 데려오려고 지난해 9월에 이어 올해 12월 두 번째로 탐방단을 꾸려 중국을 찾았다.(중략) 이번 탐방은 한국의 습지 관리와 따오기 서식지 일대 지역 주민의 실태를 알아보고 따오기 관련 중국 당국과 교류·협력을 강화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었다." 이렇게 2차, 3차 방문을 하면서 지금도 우포늪 주변에 과제로 남아있는 겨울 무논 조성에 관한 그곳 복원센터 전문가가 전하는 중요한 정보도 얻게 되었다. 중국 복원센터 직원은 "여기는 고가하 저수지 부근으로 가을걷이를 하고 나서 논에 물을 담아 놓으면 따오기한테 훌륭한 채식지가 된다"고 했다. 물을 빼버리면 논이 메말라져서 습지로서 특성을 잃고 말지만 그대로 물이 담겨 있으면 미꾸라지라든지 논 고둥, 지렁이 같은 생물들이 살 수 있기 때문에 따오기한테 좋은 먹이가 된다는 얘기였다. 사실 이런 방문 기록들을 세밀하게 정리해 놓으면 기록관을 방문하는 아이들과 탐방객들에게는 따오기를 복원하는 과정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따오기 서식 생태에 관한 인식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런데 지난 과정을 깨알같이 알고 있는 필자로서는 이런 기록을 남기면서 최종 검토도 없이 역사기록을 남긴다는 것은 과연 누구의 책임인지 묻고 싶다. 기록은 역사이다. 처음부터 정확한 사실에 근거하여 따오기 복원 과정을 정리해 놓지 않으면 다시 수정하는 일이 쉽지 않다.

다부터 습지 복원 공사 다시 들여다보아야

창녕 와서 살면서 참 눈에 거슬리는 것들이 많다. 우포늪보전과 현명한 이용이라는 측면에서 따오기복원과 보호지역 확대를 위해, 우포늪 옆에 따오기복원센터와 다부터 엣 농경지를 습지로 확대하는 사업까지 2008람사르총회를 계기로 환경부 예산과 경남도 예산 등이 투입되어 디자인 한 사업들이 창녕군으로 내려와서는 왜곡되는 일이 다반사다. 다부터 복원지역과 주매마을의 체험관을 만들면서 나무를 제멋대로 식재하더니 나무는 다 죽어나가고, 두 군데 다 새로 나무를 심었다. 자문회의 시 여러 차례 늪지에 적합한 식재를 요청했다. 그리고 애초 자문회의에서 없었던 복원지역에 주차장 설계까지 하였다. 군수에게 주차장 설계 사실을 아느냐고 전화로 문의하니까, 금시초문이라는 답이었다. 그래서 아예 환경부장관에게 이 사실을 고지하고, 현장 조사까지 거쳐 주차장 건설을 막았다. 이뿐 만 아니다. 지금 복원지역이 제대로 복원되고 있는지, 이곳을 다녀가는 전문가들마다 한마디씩 한다. 복원할 따오기와 새들이 쉬어가야 할 쉼터에 잔뜩 나무를 식재하여 오히려 새들의 서식지를 방해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7년 간 우포늪생태관 프로그램은 순천만과 화포천 등에 비교하면 부끄러울 정도다. 제대로 된 생태체험교육이 기획되지 않고 있다. 한편 따오기복원을 위해서는 중국과 일본의 사례를 들며 주변 농경지에 대한 관리와 주민교육 등을 7년 전 우포늪에 들어오면서 군수 면담 시에 자세히 설명하고, 수시로 이를 논의할 수 있는 협의체를 요청하였으나, 그것도 유야무야 되고 뒤늦게 일방적인 주민교육이 되고 말았다. 군수가 정책의 중심을 공장유치와 인구증가를 목표로 하는 것에 나로서는 이의를 달 이유가 없다. 그것은 군수의 공약이고, 정책수단이기 때문이다.

경상남도와 창원시에서는 람사르협약총회와 환경수도 만들기는 민관 협력으로 이루었다.

다만 우포늪보전과 람사르총회 유치 그리고 따오기복원 제안 등은 환경부와 경상남도 그리고 전임 군수들과 깊은 논의를 통해 일을 진행해 온 결과물로 이를 성공시키기 위해 민간 신분으로 어떤 보상도 바라지 않고, 8년의 세월을 혼자 생활하면서 정책제안을 통해 협력을 원했지만, 다 물거품이 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새로운 도지사와 군수를 통해 새롭게 운동화 끈을 조여야 할 일을 생각하면 서글프다. 따오기를 내년에 방사하기 위해 창녕군이 준비를 한다고 하니까, 성공하기를 바라지만 당장 날개 달린 짐승들이 어디로 갈 지도 모르지 않은가. 야생에서 최소한의 희생을 담보해야 하는데, 그동안 창녕군의 행태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 늘 행정은 민관학이 머리를 맞대며 일을 풀어나가는 것이 민주사회의 기본이다. 오직 행정책임자의 지시에 따라 매사를 끌고 가는 풍토가 안타까울 뿐이다. 이지러지는 달을 보며 고려 충신으로 끝까지 절의를 지키다 우포늪가로 낙향한 조계방 선생의 시 한수가 떠오른다. '…혼자 앉아 뜰 가운데 달빛 사랑하노라/ 세상이 부를 따르고 가난 싫어하노니/ 뉘라서 강 마을의 쓸쓸한 나를 기억하리오.'

오종식 기자  bsb27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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