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살살 불어오면, 왠지 모르게 뜨끈한 국물이 먹고 싶어진다.

아침저녁으로 큰 일교차로 잔뜩 움츠렸던 몸이 따뜻한 국물로 녹아내리고, 잘 익은 알타리 무 한 입 베어 물면 없던 입맛도 다시 살아나게 만든다.

뜨끈한 어탕국수.

밥 한공이 호로록 말아먹고 싶은 따뜻한 어탕국수 한 그릇 먹으로 산청, ‘타짜 홍두깨 오리하우스’를 찾았다.

산청의 맑은 경호강에서 잡은 물고기를 푹 고아 진국인 어탕국수는 사시사철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보양식이다.

영화 ‘타짜’의 실제 주인공인 장병수 씨가 운영하고 있는 ‘타짜 홍두깨 오리하우스’는 영화의 흥행에 이어 맛과 아름다운 풍광으로 입소문난 맛 집이다.

밤늦은 시간 쪽배를 타고 강가에 나가 그물을 치고, 새벽같이 투망에 걸린 물고기를 걷는 일이 이제는 일상이 돼 버린 장병수 씨.

과거 요리사였던 강점을 살려 아내와 함께 식당을 운영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제 2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밑장빼기, 바꿔치기, 낱장치기?, 눈 깜짝 할 사이에 벌어지는 손놀림’

2006년, 전국을 손기술 신드롬으로 몰아넣었던 영화 ‘타짜’에서 조승우가 보여주었던 현란한 도박 기술들은, 실제로 과거 진짜 타짜였던 장병윤 씨가 전수해준 것들이다.

‘타짜’의 흥행 이후 세간의 관심은 영화의 실제 모델인 장병윤 씨에게 쏠리기 시작했고, 각종 방송 프로그램과 영화 섭외는 물론, 이름 모를 도박꾼들로부터 한수만 가르쳐달라는 전화를 하루 수십 통 넘게 받았다고 한다.

‘타짜 홍두깨 오리하우스’의 장병윤 사장.

한 때, 전국의 도박판을 주름잡으며, 하룻밤에 수십 억 원의 판돈을 주무르며 하우스 전문사기 도박꾼이었던 그는 술과 여자, 고급 외제 승용차, 값비싼 옷에 젊음을 탕진하며 동해 번쩍 서해 번쩍 전국을 누볐다.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일확천금의 꿈을 꾸는 도박사였던 것은 아니었다.

순탄치 않았던 어린 시절 가난에 허덕였고, 유혹 앞에 나약한 인간이었다.

신앙인으로써 새로운 삶을 찾게 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그는, 고향 산청에서 유유자적 자신이 흘린 땀으로 먹고 살고 있다.

이제 도박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아내 한미옥 씨와 두 아들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린 그는 타짜에게 남는 것은 재산이 아니라 망가진 몸과 마음이라고 말한다.

“타짜가 된다는 것은 자신도 죽이고 남도 죽이는 길”이라고 말하며, 제 2의 인생을 시작한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전했다.

장 씨는 “손기술을 배우기 위해 지금도 꾸준히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좋은 말로 달래 돌려 보낸다”며, “도박꾼들이 뒤늦게 후회하지 말고 자신보다 일찍 인생을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조만간 도박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책을 출판한다고 말한 장 씨는 “도박은 패가망신을 넘어 죽음의 지름길이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래서 일까.

그의 음식은, 세상 풍파에 견디고 견뎌 단단해진 돌맹이처럼 옹골찬 맛으로 똘똘 뭉쳐져 있었다.

맛좋은 음식과 그의 이야기가 어우러져, 더 특별한 맛 집으로 탄생한

‘타짜 홍두깨 오리하우스’.

어탕국수 한 그릇에 담긴 그의 마음에 곱절로 따뜻한 밥 한 끼였다.

정상목 기자  mogsang1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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