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뛰어난 우포늪을 미래 생명산업의 기지로

글쓴이/사진 이인식위원

조정래의 유명한 소설인 태백산맥의 도입부에 “문득 기러기 떼의 울음소리가 정적을 깨며 파문을 일구었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곳 우포늪에 들어와 산지도 제법 되었다. 그믐밤이나 새벽녘에 갑자기 많은 새떼들이 움직이는 소리를 들으면 “사냥꾼의 위험스런 그물을 피해 새벽잠을 팽개친 피난길인지도 모른다.”고 추측하는 태백산맥 저자의 마음이 된다. 어쩌면 자연 안에서 일어나는 야생동물들의 모습뿐만 아니라, 세상의 혼탁으로 백성들이 화들짝 놀라고, 불안해하면서 조심스럽게 숨죽이며 사는 세상을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럴 때, “백성의 괴로움을 염려하여 마치 자기 몸이 아픈 듯이 하였고, 혹 목이 매여 눈물을 흘렸다”는 남명 조식의 모습을 글로 남겼던 합천 의병장 정인홍을 생각한다. 남명 문하의 홍의장군 곽재우와 한강 정구 등과 더불어 조선의 참 선비들이었다. 정인홍은 평소 그의 스승처럼 실천을 하지 않는 학문은 개인을 잘못되게 할 뿐 아니라. 나아가 나라를 잘못되게 한다는 소신을 가진 사람이었다. 필자도 오늘을 살면서 배운 자로서 세상을 위하여 세평만 하고, 나서지 않는 자들을 보면 답답할 때가 많다. 그럴 때는 세상에 나서서 행동으로 배운 것을 실천했던 많은 선비들을 찾아 나서는 것은 그 동안 이곳에 살면서 나의 삶에 큰 힘이 되어 주었다. 그것도 낙동강과 황강, 남강을 중심으로 경상우도의 정의로운 기질을 바탕으로 살아온 선현들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오늘의 어려운 현실에서도 주어진 것에 만족하지 않고 미래세대를 생각하며 농업변화와 자연회복을 통한 생명평화를 생각하는 사람들을 우포늪 현장에서 만나는 일도 큰 기쁨이다. 오늘은 우포늪을 걸으며 도란도란 생명평화를 이야기한 전 고성군수 이학렬박사의 생각에 공감하면서 글로 옮겨본다.

‘5차 산업혁명’의 저자 3선 고성군수가 본 우포늪

이학렬박사는 생명농법을 통해 생명산업을 이야기하는 별난 사람이다. 그는 2010년 나고야 생

물다양성총회에서 우연히 만나 생명농법을 통해 농업변화를 주장하면서 우포늪의 멸종된 따오기를 복원하는 것도 결국 농약과 비료 등 화학농법으로 미꾸라지 등 야생의 먹이 터가 사라진 탓이 아니냐고 물었다. 그래서 당시 고성군수인 그분은 생명농법을 통해 자연을 회복하면서 생명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 미래세대를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라는 것이었다. 글쓴이도 언젠가는 우포늪보전과 따오기복원 그리고 늪 주변의 농업이 변해야 생명산업이 가능할 것이라는 확신으로 꾸준히 그분과 교류해 왔다. 마침 얼마 전 이러한 평소의 소신을 책으로 출판하여 우포자연학교로 찾아왔다. 하루 밤을 우포에서 같이 보내고 새벽 산책길을 나서면서 첫 마디가 “우포늪과 주변 농경지를 보니까, 생명농업과 생명산업의 가장 적지”라는 것이다. 오랜 행정 경험과 미국의 해군사관학교 교수생활을 한 그분의 눈에는 단번에 우포늪의 가치가 눈에 들어온 셈이다. 창녕군은 내년 5월에 환경부와 협의하여 10년 동안 공들여 복원해 온 따오기를 야생방사 할 계획이다. 그동안 먹이 터 확보를 위해 일정 부분 노력해 왔지만, 그 노력은 지면을 통해 여러 차례 지적해 왔듯이 너무 기간이 짧고, 주민교육과 서식지 확보를 위해 보호지역 농경지를 관리하는 방법이 너무 서툴다. 즉 논의 생물다양성 확보를 위한 행정과 주민 간에 협력이 부족하다. 적어도 년 중 보호지역 내의 논습지는 늘, 물기가 촉촉해야 하는데, 내년 방사를 앞두고도 6월까지 건조한 상태였다. 이래서야 논 생물들이 풍부한 논을 선호하는 따오기가 어떻게 생존할 수 있겠는가. 최소한 고성처럼 덤벙(둠벙)이라도 기초조사를 하고, 때로는 만들어 주어야 한다. 지난 번 군청에서 따오기관련 협의체 회의에서 제안한 상류에서 흘러들어오는 소하천의 오염 문제도 환경부에 요청하여 오염제거 대책을 세우고, 새벽과 밤에 이루어지는 불법낚시와 새들의 둥지를 헤집고 촬영하는 사진가들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따오기가 야생방사 되었을 때, 생기는 문제를 미리 예측하지 못한단 말인지 답답하다. 실제로 지금도 어부들이 그물에 희생된 수달을 비롯한 천연기념물 처리는 쉬쉬하며 그냥 넘어가는 실정이다. 이런 문제도 일부 어부들의 입장에서는 법률적 문제를 생각하며 쉬쉬하며 넘어갈 것이다. 그렇다면 미리 관련기관들이 사전교육을 통해 어부들과 지역주민 등과 협력하여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한 대처방안과 따오기 야생방사 후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모의교육을 통해 최소한의 희생을 줄일 수 있는 준비도 철저하게 해야 할 때이다.

내년은 우포늪 람사르습지 등록 20주년이다

내년이면 대한민국이 2008년 국제람사르협약 제10차 총회를 경남에서 개최한 지도 10년이 된다. 그리고 우포늪이 람사르 등록 20주년이 되는 해에 따오기 야생방사도 할 것이다. 이 때는 한중 정상 간에 귀한 선물로 들여온 따오기를 방사할 때는 대통령도 모셔 와야 한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남북평화의 시기가 되면 북한에서도 멸종한 따오기를 방북선물로 제안하면서 남북종복원센터 같은 것을 세우는 사후 계획도 준비해야 하지 않겠는가. 물새를 비롯한 뭇 생명들의 삶터인 늪과 갯벌 그리고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인공습지인 논과 덤벙(둠벙) 등은 사람과 자연이 공생한 곳이었다. 이런 습지를 잘 보전하고, 사람이 현명하게 이용하여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곳을 지키고 가꾸면서 인간의 삶의 질을 높여 가는 방안을 모색하는 람사르협약 국제회의는 잘 보전된 우포늪이 있어 가능했다. 특히 경남에서 열린 이회가 중요했던 것은 논을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습지로 인정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논은 쌀을 생산하는 곳에 더하여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가는 중요한 공간이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지금은 멸종위기에 처한 뜸부기도 모내기가 끝나고 벼가 무럭무럭 자랄 때, 이곳에 둥지를 트고 새끼들을 길렀다. 이렇게 한일 민간환경단체들이 논습지 결의안을 한일 양국 정부를 움직여 160여 개 나라의 정부 대표들을 설득하여 아시아적 삶의 터전인 논을 생물들이 살아가는 중요한 공간이라는 것을 국제협약 속에 담았다.

농업변화와 자연회복이 시대적 화두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농민들은 “내년에도 농사 짓자”라는 절박한 구호로 살아가고 있다. 한 때는 쌀 개방 등과 맞물려 정부가 내놓았던 친환경농업 육성정책도 쌀값 폭락으로 무농약, 유기 재배하는 쌀 농가도 타격을 입고, 관행 농으로 전환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습지는 인간의 지혜가 담긴 논도 포함된다. 서양에서는 논의 가치를 이해하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한국과 일본 등은 쌀 문화로 삶의 터전을 일구어왔다. 때로는 늪과 갯벌을 매립, 간척하여 논으로 사용하여 인간과 야생동식물이 공생하는 공간이 되어왔다. 모내기한 논을 살펴보면 많은 백로들과 물오리들이 먹이를 구하고 있고, 가을에 추수가 끝나면 낙곡을 찾아 두루미들과 기러기들이 논에서 겨울을 지내기도 한다. 이렇듯 자연과 사람이 수 천 년 동안 서로 공생하며 살아온 삶의 방식을 우리나라는 불과 40-50년 동안에 잃어 버렸다. 그러나 유럽을 비롯한 일본 등은 이러한 삶의 방식으로는 눈에 뜨게 변화하는 생물다양성 감소와 기후변화로 인한 미래세대의 삶의 질을 보장하기는 어렵다는 각성에 이르렀다. 그래서 이명박정부가 4대강 사업을 벌일 때, 독일을 비롯한 영국, 프랑스 등은 강을 직강화 하고, 강 배후에 훼손한 습지를 다시 복원하는 일에 그들은 1990년대부터 시작했다. 글쓴이도 직접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을 둘러보면서 과거 제방을 높이고, 강에 댐을 설치했던 곳을 재 자연화 하는 과정을 여러 곳에서 보았다. 이웃 일본도농업과 자연을 살리면서 사라진 황새복원으로 유명한 일본 토요오카에서 열린 아베총리부인의 강연 중에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하고, 일본의 농업현실을 보면서 “농업변화와 자연회복 만이 일본의 미래이다”라는 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일본도 농업을 버리고 산업화의 길로 들어서면서 농약살포와 화학비료에 의존하여 쌀을 생산한 결과에 대한 반성을 우리보다 일찍 시작하여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에 대한 나고야선언은 의미 있는 일이 되고 있다.

자연이 뛰어난 곳은 생명산업으로 미래를

사실 대한민국도 “잘살아보세”라는 구호로 시작된 새마을 운동이 처음에는 농촌의 삶의 질을 높이고, 도시화, 공업화라는 양 날개를 균형 있게 사용하자는 정책목표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농업정책과 전통적인 삶의 문화를 유지하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다. 이제 우리나라는 선조들의 전통지식을 바탕으로 “IT 시대를 넘어, 생명환경농업과 함께 LT시대로 진입”해야 할 때다. 실제로 4차 산업혁명도 깊이 들여다보면 지금처럼 일부 집단에게만 부가 축적되어 사회적경제공동체는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는 진단을 한다. 4차 산업혁명에는 일자리도, 기회의 균등도, 우리의 먹거리도, 경제 민주화도 없다. 결국 4차 산업혁명은 실업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사회 양극화도 심화시키며, 심지어 우리에게서 인간성마저 앗아갈 것이다. 그런데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 모두가 한목소리로 4차 산업혁명을 부르짖고 있어 걱정이다. 라는 저자 이학렬박사의 말에는 농업의 생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무시하고, 농업을 경쟁력 없는 산업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우리사회를 향해 생명환경농업이라는 대안을 통해 통렬하게 반박하고 있다. 덧붙여 저자는 만일 우리가 텔레비전, 냉장고, 세탁기 등을 만드는 전자산업에만 만족하고, 더 나아가 IT 산업으로 진출하지 않았다면 오늘의 IT 강국이 될 수 없었을 것처럼 이제 LT산업(생명산업)으로 전환하여 5차 산업혁명을 통해 국민도 행복해지고, 미개척분야가 많은 이 분야에 일자리 창출도 무궁무진하다는 시골 3선 군수이자, 학자였던 그의 주장을 환경운동가인 글쓴이는 귀담아 듣는다. 부디 문재인정부는 대한민국의 5차 산업혁명의 길을 법제도화 하여 미래세대가 행복해지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주기를 소원한다.

오종식  bisabul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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